[독립예술영화 개봉신상 리뷰]
아우구스토 공고라 & 파울리나 우르티아, 이 부부는 각자 자국 칠레 내에서 저명한 언론인과 유명 배우 경력의 소유자다. 아우구스토는 사회참여에 힘 쏟는 비판적 저널리스트로서 여러 저서와 함께 당대의 지식인 반열에 오른 존재다. 파울리나는 배우로 활동했지만 능력을 인정받아 문화부 장관에 해당하는 공직도 훌륭하게 소화할 정도로 부부 둘 다 유명인사다. 17년이라는 오랜 세월 연애를 거쳐 노후에 이르러서야 결혼에 골인한 이들 부부의 관계는 질투심이 생길 정도로 돈독하고, 지성이 철철 넘쳐흐르는 둘만의 대화는 듣는 것만으로도 흥미롭고 지적이다.이들은 무엇 하나 아쉬울 것 없어 보이는 행복한 노년처럼 보인다. 사회적 존경과 아주 부유하진 않을지언정 당장 의식주 걱정은 안 해도 될 법한 주변 환경이 영화 초반부터 확인된다. 책과 그림으로 가득 채워지고 작은 안뜰 정원이 있는 집에서 부부는 소소한 사회적 활동 참여와 함께 훌륭하게 장성한 자녀들을 접견하며 고즈넉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반대로 미국이 '과거를 묻지 마세요'의 주요 레퍼토리로 삼고 있던 칠레 군부 쿠데타를 정면으로 소환해 살바도르 아옌데가 대통령궁에서 쿠데타 세력의 망명 권유를 거부하고 최후까지 항거하다 살해된 1973년의 기억을 소환해 버린 것이다. 단편의 결말에선 미국이 제공한 전투기로 칠레 군부가 대통령궁을 폭격하는 자료화면이 떡 하니 등장한다. 한방 맞은 기분이었을 테다.미국이 3세계 곳곳에서 자행한 오만과 죄악이 돌고 돌아 미국의 심장부를 파괴했다는 것, 결국 무고한 인민들의 피가 흐르는 악순환의 운명이라는 것, 세상을 뒤덮는 증오와 복수의 어둠은 과거로부터 물려온 업보이기에 그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피해에만 광분하던 당시 미국은 켄 로치의 제안에 화답은커녕, 그 후 몇 년간 미국에 발도 붙이지 못하게 규제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물론 역사는 켄 로치의 통찰이 옳았음을 증명했지만 말이다.켄 로치의 단편영화 속에서는 1973년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