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도심 아파트. 연합뉴스 5대 은행이 앞다퉈 내놓은 만기 50년 주택담보대출 취급액이 출시 한달여 만에 2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특히 최근 6일 새 1조원 넘게 불어났다. 특례보금자리론이 부추긴 가계대출 증가세를 ‘50년 만기 주담대’가 더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농협은행)이 지난 21일까지 취급한 50년 만기 주담대는 2조4945억원이다. 이 상품은 지난달 5일 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우리은행까지 순차적으로 출시됐다. 지난 10일 1조2379억원에서 6일 만에 1조2566억원 급증했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매달 내야 할 원리금이 적어지고, 이 때문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내에서 대출 한도도 다소 늘릴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가령 총 6억원을 30년 동안 연 3.9%에 원리금균등상환방식으로 빌린다고 가정하면, 매달 부담해야 하는 원리금은 약 283만원이지만, 만기를 50년으로 늘리면 약 227만원으로 줄어든다. 윤석열 정부의 청년층 주거대책으로 논의가 됐던 이유다.
정부 정책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은 주택가격이 9억원 이하이기만 하면 소득과 상관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 지난달 31일까지 31조1285억원의 유효신청액을 기록해 가계대출 재증가를 부추긴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당국이 가계대출 관리에 실패하면서 수요자들 심리만 더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 10일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에서 50년 만기 주담대를 가계대출 증가세의 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직후 농협은행이 2조원 한도가 소진되어 간다며 이달 말까지만 신규 대출을 받겠다고 밝히고, 연령 제한을 도입하겠다는 은행들도 늘자 늦기 전에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온라인 재테크 커뮤니티 등에는 “제도가 바뀌기 전에 막차를 타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등 되레 대출 심리를 자극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점검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