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 긴 여운
'평생 한 번쯤…' 하며 꿈에 그리던 쿠바 여행을 했다. 일주일 남짓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 이전부터 이나 , 등을 읽고 익숙한 터라 그리 낯설진 않았다. 게다가 요즘은 구글 번역기를 통해 스페인어 설명문까지 해독이 쉬워 사진 찍으며 스친 내용을 사후적으로나마 찬찬히 살필 수 있다. 그래서 짧은 여행에도 불구, 마치 긴 시간을 머무른 것 같은 착각도 한다. 또 요즘은 유튜브 영상물도 많아 미처 경험하지 못한 건 '보충 수업'하기에도 참 좋은 세상 아닌가.
우선, 아바나와 바라데로 사이의 거리는 140킬로미터 정도다. 자동차로 약 2시간 걸린다. 한국만큼 고속도로가 좋지 않아 좀 더 걸린다. 이렇게 거리나 시간으로는 얼마 차이가 나지 않지만 내가 짧은 기간이나마 체험한 것은 전혀 다른 '두 세계'다. 손님 하나 제대로 잡아 월급 수준의 소득을 벌려고 거머리처럼 달라붙는 '삐끼'들을 절묘하게 제치고 인근 공원에 가서 아내랑 미리 싸온 도시락 점심을 먹었다. 공원 근처엔 경찰 제복의 남녀가 미니차와 오토바이를 손질하고 있었다. 그들도 아마 월 25달러 수준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공원 앞에는 화려한 빛깔의 1950년대 올드카가 10대 이상 즐비하고 하얀 셔츠를 입은 기사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1시간 투어에 40불 정도이니, 이들은 손님을 태우고 1시간만 돌면 공무원이 받는 월급 이상을 번다. 그래서 나같이 관광객처럼 보이면 밀착 취재하듯 붙는 것이다.
알고 보니, 아바나 외에 다른 소도시에선 저녁 8시부터는 정전이라 한다. 농촌은 말할 것도 없다. 전기가 부족하기에 수시로 정전이 온다 한다. 그러나 아바나는 워낙 관광객이 많아 그나마 나은 편이다. 내가 머무는 동안은 정전이 없었다. 게다가 길거리에서 공연하는 이들은 자기가 좋아서 하기보다 관광객들이 한 푼이라도 던져주길 바라는 눈치가 역력했다. 그게 싫었다. 심지어 세르반테스 공원 벤치에 자기 아들과 앉아 있던 중년 남자는 몸짓으로 '귀여운 아이와 사진 하나 찍어라'는 시늉을 했다. '돈' 때문이었다. 그런 걸 보면서 갑자기 서글퍼졌다. 체 게바라와 카스트로의 혁명 정신이 충만했던 이 나라가 왜 이렇게까지 되었나, 싶어서였다.
미국의 동남쪽인 플로리다, 그 가장 남쪽인 키웨스트와는 그리 멀지도 않은 거리에 쿠바가 있는데, 바라데로는 플로리다를 향해 삐죽 나온 반도 모양이다. 그 길이가 무려 28킬로나 된다. 약 100년 전에 미국의 듀퐁 자본이 바라데로를 개발했는데, 주로 미국인 부자들을 위한 휴양지다. 당시 듀퐁 가족이 살았던 '듀퐁 하우스'는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변신을 거듭해 현재 호텔과 식당으로 사용된다. 더 들어가면 마피아 두목으로 유명한 '알 카포네 하우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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