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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26일 5.18 조사위 활동 종료, 남성 피해자 등 이야기도 들어야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조사 기한이 막바지에 다다른 지난해 9월, 피해자 A씨는 1980년 당시 광주에서 계엄군 등에게 연행된 후 강간당했다는 이야기를 처음 털어놨다. 상무대로 끌려간 뒤 폭압적인 조사를 받다가 화장실에 갔는데, 나오려는 순간 한 병사가 갑자기 들이닥치더니 자신을 강간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소수의견이 ‘피해자 중심적 접근’이라는 조사위의 원칙부터 뒤흔들고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본다. 이재일 전 국회입법조사처 성폭력 전담 조사관은 “성범죄 특성상 범죄가 가해자와 피해자만 존재하는 곳에서 발생해 목격자 등이 없고, 피해자 진술 이외에 객관적 증거를 찾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 위해 대법원이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용어를 통해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5·18 성폭력 피해는 40여년이 지나 현재 사건보다도 조사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조사하기 어렵다는 말이 곧 피해가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한편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낙인은 피해자가 수십년간 침묵할 수밖에 없게 했다. A씨의 경우 1998년 보상 신청과 2020년 조사 과정에서도 말할 기회가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국제 형사재판인 구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 역시 국가폭력 안에서의 성폭력 범죄에서는 “피해자 증언에 대해서는 확증이나 보완 증거가 필요하지 않다”는 증거 규칙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 진술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신빙성을 요구하면서 피해 자체를 부정해 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조사위는 행정 기구다. 새로운 사실을 밝히거나 특정 가해자를 처벌하는 형사 재판이 아니다. 침묵된 사실을 공식 인정하고, 사과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조사위는 출범하며 ‘단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도 없도록 진상조사를 추진한다’, ‘사건 후 피해자와 가족이 겪은 신체적·정신적·사회관계적 2차 피해 실상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치유와 명예 회복을 위한 국가의 책임 있는 조치를 도출한다’고 기구 목적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5·18 조사위의 조사보고서에는 소수의견이 함께 수록돼 있다. 장임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조사위의 조사보고서는 해외 위원회들과 달리 확증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해 사실을 부인하는 반대 의견이 함께 수록돼 있다는 점에서 목적이 제대로 달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성단체들은 오는 6월 발간될 종합보고서에는 소수의견이 들어가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조사보고서에 3명 위원의 소수의견이 병기된 건 국가폭력 현실이 축소·왜곡되는 참담한 결과로 이어졌다”며 “위원회의 목적과 위원으로서의 책무를 명백히 망각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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