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the Breaking News

콩 파종 후 시작된 눈치 싸움, 새들의 지혜를 엿보다

United States News News

콩 파종 후 시작된 눈치 싸움, 새들의 지혜를 엿보다
United States Latest News,United States Headlines

초보 농부 부부가 작년 모종 실패를 딛고 올해 콩을 땅에 직접 심는 직파에 도전했다. 새들이 콩을 쪼아 먹는다는 말에 부직포와 그물망으로 차단했고, 호기심에 일부는 줄과 고추망만 쳤다. 새들은 날개가 걸릴 위험을 감지하고 접근하지 않았다. 필자는 먹이를 위해 목숨 건 도박은 하지 않는 새들의 생존 본능 앞에서 욕...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예전부터 콩을 심을 때 한 구멍에 세 알씩 심는다고 했다. 한 알은 하늘의 새가 먹고, 한 알은 땅속의 벌레가 먹고, 나머지 한 알만 사람이 수확한다는 지혜에서 전해진 이야기다. 혹여 새가 파 먹을 걸 대비해 넉넉하게 심는다고 했다. 새들은 흙 속에 심어 놓은 콩알을 귀신같이 찾아내 쏙쏙 빼 먹을 뿐 아니라 살짝 올라온 떡잎까지 모두 잘라 먹어 농사를 망친다고 전해 들었다.

콩 파종 후 새들과의 눈치 싸움을 시작해야 했다. 지난해 처음 밭에 콩을 심을 때였다. 밭에 직파하자는 남편과 비닐하우스 안에서 안전하게 싹을 틔워 모종으로 옮겨 심자는 엄마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주변에서 들으니, 모종으로 심어야 콩이 잘 열리고, 바로 직파하면 새들이 다 쪼아 먹어 농사를 망친다고 했다는 장모님의 굳은 확신을 남편은 이기지 못했다.

결국 우리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콩을 키워 모종을 밭으로 옮겨 심었다. 수확철이 다가올 때 쯤 옆집 할아버지가"저거 다 뽑아치워. 알도 없구먼…"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씀을 하고 지나가셨다. 할아버지 말대로 줄기는 무성했는데 정작 꼬투리 속이 텅 비어 있었다.

모종으로 잘 키워 밭에 정식을 했는데 도무지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봤다. 모종으로 키워 트레이에서 새 땅으로 옮겨 심는 과정에서 뿌리를 다쳐 겉으로는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리를 잡지 못했던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과보호 해서 적응을 못 한 건지, 우리가 모르는 병충해에 노출이 됐던 건지, 뿌리를 제대로 땅속으로 내리지 못했던 건지, 서툰 첫 콩 농사의 쓰라린 실패 경험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아쉬움을 딛고 과감히 땅에 직파로 콩을 심기로 의기투합했다.

지난 5월 23일, 콩을 심었다. 처음부터 땅에 콩 씨앗을 심어 뿌리를 깊게 내릴 수 있도록 키워볼 작정이었다. 그러나 직파에는 또 다른 변수가 남아 있었다. 바로 우리 밭 주변을 배회하는 새들이었다.

콩 심는 날, 주변을 날아 다니는 새들을 보며 남편에게 말했다. AD "쟤네들이 진짜 우리 콩 심는 거 보고 있나 봐.

" "내버려둬. 우리는 다 덮어버릴 거니까. 못 먹을 거야.

" 새들에게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신기했다. 애써 심은 콩을 새들이 먹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남편과 나는 새들로부터 콩을 보호하기 위해 콩을 심고 떡잎이 안전하게 나오기까지 그물망과 부직포로 콩 심은 자리를 싹 덮기로 했다. 콩을 심으면서 몇 번이나 머리 위를 쳐다봤다.

새들이 콩을 쪼아 먹는다는 게 신기하고 궁금했지만 정말 먹어버릴까 봐서다.

"여보, 혹시 모르니까 그냥 한번 심어보자. 정말 새들이 먹는지 너무 궁금해.

"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은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렇게 남편과 실랑이를 벌였지만 결국 남편과 나는 한고랑은 줄을 치고, 한고랑은 고추망을 씌워 새들을 한번 관찰하기로 극적인 타협을 했다. 며칠이 지나, 새들로부터 완벽하게 차단한 부직포 안에서는 콩들이 머리를 내밀고 떡잎이 나왔다. 더디긴 해도 줄과 고추망을 씌운 고랑에서도 싹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심 새가 와서 흙을 쪼아 콩들을 몇 개 먹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런데 손을 댄 흔적 전혀 없이 싹이 잘 올라왔다. 새들은 흙을 쪼려면 날개를 접고 발을 딛을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줄과 고추망이 바람에 출렁거리는 걸 보고 포기한 것이다. 새들이 나의 얄팍한 호기심보다 훨씬 똑똑하고 지혜롭다는 걸 알았다.

이것은 바로 자연이 준 가장 정직한 생존의 본능이었다. 새들은 먹이를 찾기 위해 콩을 먹고 싶을 뿐 목숨을 건 도박을 하지는 않았다. 결국 나의 발동 걸린 호기심은 똑똑한 새들의 생존 본능 앞에서 싱겁게 끝이 났다. 이제 새들로부터 철벽처럼 보호하기 위해 씌웠던 부직포를 벗겼다.

심어둔 콩에서 떡잎이 나왔고 떡잎 사이에서 까슬까슬한 진짜 콩잎이 나오면 새들도 콩에 대한 미련은 버린다고 했다. 새들과 '밀당'하며 심은 콩이 잘 자라 쭉정이 없이 무사히 수확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혼자 계획을 세워본다. 내년 이맘때 콩을 심을 때는, 부직포도, 그물망도, 줄과 고추망도 없이 날것으로 흙에 콩만 한번 심어볼 참이다.

새들이 콩을 어떻게 파먹는지 내 눈으로 꼭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브런치에도 실립니다.

We have summarized this news so that you can read it quickly. If you are interested in the news, you can read the full text here. Read more:

OhmyNews_Korea /  🏆 16. in KR

 

United States Latest News, United States Headlines



Render Time: 2026-06-10 21:3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