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잘 만들어야 칸 영화제에 갈 수 있다. 국내에서 칸 영화제에 관한 한 최고 전문가라 할 수 있는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 원장은 세계 영화제를 칸과 칸이 아닌 것, 곧 기타 영화제로 이분화 할 정도다. 감독 조합이 만들어진 후 칸은 감독주간 부문을 파트너로 받아 들였으며 비평가 주간은 6·8 혁명의 과정에서 평론가들의 영화적 정신, 영화가 지녀야 할 저항과 개혁의 모토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영화를 잘 만들어야 칸 영화제 에 갈 수 있다. 그러나 영화만 잘 만들어서는 딱 한번만 갈 수 있을 뿐이다. 칸을 계속, 아니 자주 가려면, 그래서 경쟁이든 비경쟁이든 꾸준히 초청을 받으려면, ‘영화만’ 잘 만들어서는 갈 수가 없다. 거기에는 뭔가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있다. 칸 영화제 는 세계 영화권의 가장 강력한 마피아다.
칸에 입성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심사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칸은 한 번 수하로 받아 들이면 웬만해서는 평생 내치지 않는다. 영국의 켄 로치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마다 거의 매번 칸 경쟁부문에 초청을 받았다. 켄 로치는 마지막 작품 ‘나의 올드 오크’를 만든 후 “이제 그만 은퇴하겠다, 지쳤다”는 말을 칸을 통해서 할 정도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도 칸이 ‘최애’하는 감독 중 한 명이다. 칸은 그를 통해 일본 영화와의 고리를 단단히 조인다. 그의 작품은 남우주연상, 심사위원상을 거쳐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20년 동안 칸은 고레에다와 함께 했다. 일본의 작가주의는 칸이 보장한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그런 과정의 결과가 이제는 하마구치 류스케의 화려한 등극으로 나타난다.박찬욱, 봉준호도 일단은 칸과 가깝게 지낸다. 박찬욱도 고레에다처럼 칸에서 세 번을 수상했다. ‘올드 보이’로 시작해 ‘박쥐’를 거쳐 ‘헤어질 결심’까지 근 20년 동안 칸과 박찬욱은 같이 했다.
국내에서 칸 영화제에 관한 한 최고 전문가라 할 수 있는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 원장은 세계 영화제를 칸과 칸이 아닌 것, 곧 기타 영화제로 이분화 할 정도다. 영화제들은 대체로 단일 조직 체제를 지향한다. 조직위원회가 있으며 그 밑에 집행부와 사무국을 둔다. 프로그래머들은 집행위원장의 관리 하에 활동한다. 수직 체계이고 정관과 내규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나 칸은 다르다. 칸 안에는 수평적 조직이 다수 존재한다. 그게 언론지상을 통해 자주 듣게 되는 ‘주목할 만한 시선’, ‘비평가 주간’, ‘감독 주간’ 등이다. 여기에 경쟁 섹션이 있고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과 ‘칸 클래식’ ‘칸 프리미어’ 등이 있다. 모두 공식 부문에 포함되는 것이다. 칸은 이를 통해 한 지붕 네 가족, 혹은 다섯 가족을 형성한다. 이들은 수직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수평 구조를 이루어 낸다. 복잡하고 때론 난삽해 보여도 칸은 이 ‘평등성’을 버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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