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2배 이상 분포 면적 늘어나... 미국은 유해수종 지정도
칡이 숲을 병들게 하고 있다. 하루에 줄기가 30cm 이상 자랄 정도로 생장력이 강한 칡덩굴이 산림이나 도로 주변 등에서 퍼지면서 나무를 고사시키거나 시설물에 손상을 가한다. 뿌리로 차를 만들어 마시거나 한약재로 유용하게 쓰이는 칡이 산림의 파괴자가 되고 있다.칡이 '점령'한 면적은 해마다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9월 산림청 자료를 보면 칡 분포 면적은 2017년 2만1000ha에서 2018년 3만4000ha로 1년 만에 50% 이상 늘었고, 2021년에는 4만5000ha로 늘었다. 2017년부터 불과 4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난 것. 도로 주변의 칡덩굴 분포 면적도 2017년 5000ha에서 2022년에는 1만 2000ha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지난 8월 25일 기자가 찾은 충청북도 단양군 단양읍 금곡리 소백산국립공원 부근의 산기슭은 온통 칡이 점령하고 있었다. 경작지와 숲 사이의 언덕을 차지한 칡은 점차 나무가 있는 쪽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
나무를 끝까지 타고 올라가 완전히 뒤덮어 버리면 소나무처럼 양지에서만 자라는 나무는 고사하게 된다. 특히 칡은 추위에 강해 뿌리뿐만 아니라 덩굴까지 상당 부분 월동하기 때문에 한번 칡의 공격을 받은 나무는 사람이 칡덩굴을 제거해주지 않는 한 회복이 불가능하다.국립산림과학원 산림기술경영연구소 이상태 박사는"산림이나 조림지에 칡이 관리가 안 되고 있으면 우리가 원하는 숲이나 나무들이 칡 때문에 다 고사하거나 망가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오랫동안 칡의 특성과 방제 방법을 연구해온 이 박사는 산림 훼손과 함께 도로 주변에 자리 잡은 칡이 전신주는 물론 신호등 같은 교통안전을 위한 시설물까지 감고 올라가 안전사고를 유발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지난해 12월, 국립산림과학원 산림기술연구소가 발행한 에도 칡의 특성과 물리적 방제 방법을 사례와 함께 소개했다. 그는 칡덩굴은 초기에 발견해서 빨리 대응해야만 급속한 확산을 막을 수 있다면서, 산림 주변이나 도로변을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 한다고 진단했다.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도로 주변은 물론 철도 선로 주변에도 칡이 방치된 채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들이 있다. 드론을 이용해 하늘에서 내려다 본 KTX 중앙선 철도 선로 주변은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사각지대였다. 행정기관들도 칡덩굴 문제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충북 제천시청 산림공원과 관계자는"산림의 경제적·공익적 가치를 증진하기 위한 '조림사업'을 할 때나, 수목의 성장에 방해가 될 경우 칡덩굴 제거 작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임야의 소유자가 신청할 경우에도 칡덩굴 제거 작업을 한다"면서"도로변의 칡덩굴은 도로 관련 부서에서 제거 작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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