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기 전엔 만약 내가 치매 진단을 받으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게 얼마나 무식하고 어설픈 생각인지 안다. 📝 김이경 작가
지갑을 깜박해 다시 집에 돌아오고 냄비를 태워먹고 냉장고 문을 열고 우두커니 서 있는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난다. 아무리 건망증과 치매는 다르다지만 이런 일이 거듭되면 치매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치매 진단에 많이 쓰는 ‘하세가와 척도’라는 게 있다. ‘오늘이 몇 년 몇 월 며칠인가요? 암산으로 100에서 7씩 계속 빼보세요’ 같은 문항으로 이루어진 검사인데, 암산에 약한 나는 자꾸 막히는 계산에 치매를 걱정한다. 진단법을 만든 일본의 치매 전문의 하세가와 가즈오에 따르면, 노령은 치매의 주요인이다. 아무리 조심해도 늙으면 걸리기 쉬운데 치매의 권위자인 그도 88세에 치매 진단을 받았다. 그러고서 “이제야 비로소 치매에 대해 알게 되었다”라며 90세에 〈나는 치매 의사입니다〉라는 책을 썼다. 치매 환자가 책을 쓰다니 가능한가 싶지만 사실 이런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물론 쉽진 않다. 먹는 것 하나만 해도 음식을 조리하고,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고, 심지어 접시 위에 놓인 음식을 인지하는 것조차 어렵다. 그래서 부엌은 난장판이 되고 즐기던 음식은 멀어지고 접시의 음식은 바닥으로 떨어지기 일쑤이지만, 그럼에도 미첼은 느리고 단순한 자기만의 방식으로 식사를 해결하며 자신의 삶을 즐긴다. 혼자 사는 그에겐 이걸 이렇게 먹어라, 왜 안 먹느냐고 지적하는 사람이 없어서다. 그는 자신과 여러 환자들의 경험을 토대로 환자를 돌보는 이들에게 말한다. 애써 준비한 음식을 환자가 먹지 않아도 너무 속상해하지 말라고, 또 조금밖에 먹지 못한다 해도 함께하는 식사 시간의 즐거움을 누리도록 도와주라고. 식단이나 영양보다 중요한 건 자신이 여전히 사람들 속에 한 사람으로 존재한다는 확인이기 때문이다. 흔히 치매는 기억을 잃는 병이라고들 하지만 이 책에서는 희미해지는 기억 못지않게 감각의 왜곡이 환자를 괴롭힌다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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