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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들의 책 ,

아버지는 대구 매천시장에 밀집한 상회에서 일하셨다. 집에는 배추, 마늘, 대파가 제철마다 쌓였고 어머니의 김치는 사시사철 맛이 일품이었다. 방학 때마다 밀짚모자 쓴 부모님을 따라 논두렁을 뛰어다녔고, 머리가 굵어졌을 무렵엔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동학농민운동을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의 바탕은 농부의 그것과 무관하진 않겠다 싶었다. 지금은 그저 평범한 도시의 소시민이 되어 마트를 돌며 빨갛고 봉긋한 사과를 고르기나 할 뿐이지만.

농민의 삶은 도시 소시민에게 멀게 느껴진다. 친환경‧유기농 단어는 대기업에서 남발하는 마케팅 수단이 된 지 오래다. 농산물을 일구는 농민의 삶은 먹고살기 힘들거나 이상적인 이미지로 소비되고, 농민들이 친환경 농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부 정책은 언제나 추상적이다. 환경 이론을 주창하기보다 일찍이 밭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 농민 스스로 매일의 삶을 이야기하는 책이 보고 싶어졌다. 이 책은 '문장보다 사람에게 먼저 반해' 읽기 시작했다. 몇 해 전, 지리산둘레길 3코스 중간에 위치한 민박집 '꽃별길새'에서 머무른 적이 있다. 등산객이 한 명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험한 날씨였는데, 아궁이 장작불을 뗀 작은방에서 십 년 묵은 피로를 싹 날려 보냈다.회사일로 스트레스가 고공행진할 무렵이었는데, 아무것도 묻지 않고 환대해준 그와 아내 앞에서 나와 반려자는 뜨끈한 밥과 정갈한 반찬으로 몸을 데우며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산삼 같은 행복이었다.

단골 많은 민박이라 필자를 기억할 일 만무하겠지만, 시종일관 나무를 나르고 아궁이를 비워내며 농사일을 하러 채비하는 저자를 슬쩍슬쩍 보았다. 잔정 많아 보이는 어른이었다. 두 번째 머물 적에 마침내 그가 쓴 책에 사인을 받았는데, 그는 대문짝만하게 독자 이름을 써주고는 담백하게 자리릍 털고 일어나 하던 일을 이어 나갔다. 그렇게 저자에게 반한 것인데, 그의 매력은 또 있다. 저자 김석봉은 은연중 귀농 후 지역민 위에 서고자 했던 운동가 혹은 지식인으로서 태도를 돌이켜보며 자성한다. 그렇다 해서 원주민을 무조건 옹호하지도 않는다. 다만 산골에서 사는 인생들의 보편을 몸소 익히며 농부 일의 보람을 차차 만끽해간다. 환경운동을 하며 불렀던 나 대신, 최백호의 가 서정적이라며 산골짜기에서 익힌 노동의 찰짐을 위트 있게 전한다.제초제를 안 쓰려고 삼복더위 아래 남보다 곱절로 일하다 물비누로 몸을 씻으면서 이게 무슨 친환경일까 자문한 일, 기운 좋은 지리산 산골로 으리으리한 승용차를 몰고 와 주말마다 즐기고 가는 도시인을 마주한 일, 장터에 나온 닭과 개를 거둬들이고 함께 사는 삶의 즐거움을 누린 일. 책에는 '유기농 소농'의 행복이 평범한 직장인의 행복만큼 소박하게 이어진다. 하루가 다르게 독거노인 이동 목욕차가 들락거리는, 고령화 돼 가는 산골의 풍경도 상세히 옮겨낸다.

둘째, 농촌을 휴양지 혹은 '도시민이 먹어야 할 농산물을 생산하는 곳'으로만 인식하는 도시민의 농민에 대한 이해 역시 필요하다. 오랫동안 지역소멸 문제를 연구해온 배문규 기자는 수도권-비수도권 격차로 인한 차별을 감지하는 민감성인 '지역인지감수성'을 모두가 길러야 할 때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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