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통해 대통령실 외압 의혹을 밝히기로 결정되었다. 이는 지난해 채상병 해병대 상병이 수해 실종자를 수색하다 숨진 사건과 관련된 것이다. 박정훈 대령은 이 사건의 외압 의혹을 제기하며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박정훈 해병대 대령의 결심공판이 열린 지난 11월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 들머리에서 해병대 예비역연대 회원들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혜윤 기자 [email protected]
‘채 상병 순직 사건 국정조사’가 여야 합의로 열리게 됐다. 국민의힘이 지난 2일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참여할 여당 몫 위원 7명의 명단을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제출한 것이다. 여야가 국정조사 대상과 기간 등에 관한 협의를 거쳐 오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계획서를 채택하면, 연내에 국정조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해병대 채 상병이 경북 예천에서 수해 실종자를 수색하다 급류에 휩쓸려 숨진 지 1년5개월 만이다. 이번 국정조사는 채 상병 순직에 관한 군 조사에 대통령실 외압이 있었는지 밝혀내는 게 핵심이다. 지난해 해병대 수사단은 임성근 당시 해병대 제1사단장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북경찰청에 이첩하려 했으나 갑자기 국방부에서 보류 지시가 내려졌고,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이 이를 거부하고 이첩하자 국방부가 나서 당일 회수했다. 이후 국방부 조사본부는 임 전 사단장 등을 혐의 대상자에서 제외했다.
이렇게 된 데는 해병대 수사단의 보고서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가 작용했다는 게 박 대령의 주장이다. 윤 대통령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통화한 사실과, 이시원 당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통화 등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긴박하게 움직였던 정황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에서 드러났다. 이 전 장관이 출국금지 상태에서 지난 3월 오스트레일리아 대사에 임명돼 출국했던 과정도 뜯어봐야 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핵심 인물인 이종호씨가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을 활용해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도 있다.앞서 지난 7월 경북경찰청은 임 전 사단장을 불송치 결정해 면죄부라는 비판을 받았다.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수사하고 있지만 속도가 더디다. 의혹들이 풀리지 않은 채, 박정훈 대령은 항명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
국정조사는 채 상병 특검법이 윤 대통령의 세차례 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가로막힌 데 따른 차선책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사실 왜곡과 거짓 선동 문제점을 국정조사로 낱낱이 밝히겠다”고 했다. 대통령실 방어에 주력하겠다는 뜻이 아니길 바란다. 여야는 채 상병과 유족, 국민의 관점에서 수사 외압 의혹의 실체를 밝혀내야 한다. 국정조사마저 발목 잡기로 제자리걸음에 그친다면 결국 특검이 또 제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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