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작가의 이야기 따라잡기 시즌2] 이시카와 케이 감독의 신작
한 젊은 남자가 버스 좌석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본다. 그 곁으로 노인이 다가온다. 남자가 이를 알아채지 못하자 다른 중년 승객이 그를 나무란다. 그러자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에서 내리려다 철퍼닥 바닥에 넘어진다. 이 남자, 다리를 절뚝인다. 머쓱해 하는 중년 승객. 남자는 버스가 멀어지자 아무 일 없다는 듯 발걸음을 빠르게 옮기며 조소를 짓는다. 그는 비장애인이었다.의 마지막 장면이 아니다. 이시카와 케이 감독의 장편 데뷔작 의 도입부다. 인간이 인간을 속일 수 있다는 것을, 영화의 편집이 관객을 속일 수 있다는 것을, 이제 관객이 믿어야 할 주인공도 그러한 인간이라는 것을 함축적이고 매력적으로 드러내는 오프닝 시퀀스라 할 수 있다.1년 전 일가족 살인사건을 쫓는 기자 또한 그런 어리석은 인간 중 하나일 뿐이다.
비슷한 소재를 취한 는 범죄물이 아닌 미스터리 드라마로 풀어간다. 이미 X는 죽고 없다. 범죄가 현재 진행형일 수 없다. 리에도 아이들을 다독이고 마음을 추스르며 변호사 키도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는 일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이 기자의 시선을 쫓았듯 역시 츠마부키 사토시가 연기하는 키도의 관점을 의탁한다.키도가 재일조선인 3세라는 일본영화에서 흔치 않은 설정은 그 자체로 무게감을 더할 수밖에 없다. X가 누구인지 묻는 키도의 조사와 의 서사는 갈수록 '나를 나로 규정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비범하고 철학적인 고찰로 나아간다.키도는 자발적으로 실종되면서까지 신분을 버리고자 했던 X의 과거를 캐면 캘수록 혼란스러워진다. 권투선수로서 신인왕전 타이틀을 목전에 뒀던 X는 왜 자발적 실종을 선택했는가, 그를 옥죄고 속박했던 과거와 핏줄로부터의 진정한 도피는 가능했을까. 그리하여, 자신을 버리고 딸을 낳고 가족을 이룬 4년간은 정말 행복했을까. 그건 진짜 X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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