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만에 노벨상위원회가 다시 언론인에게 평화상을 준 것은 지금 시대가 그때만큼이나 위험하며, 진실을 전하는 언론인의 존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 김이경 (작가)
리아 레사가 2년도 안 되는 동안 열 번이나 구속영장을 받으며 방탄조끼를 입고 투쟁한다는 것도 몰랐다. 86년 전인 193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독일 언론인 카를 폰 오시에츠키였다. 문화비평가였던 오시에츠키는 페미니스트였던 모드 리히필드우드와 결혼하면서 반전 평화주의 언론인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그는 독일이 비밀리에 군비확장 중이란 사실을 폭로해 수감되었고, 감옥에서 나온 뒤에도 반나치 운동을 벌이다 강제수용소에 갇혔다. 거기서 그는 심한 고문으로 “눈은 부어오르고 이는 뽑힌 채 부러진 다리를 질질 끌고” 다니는 상태가 되었다. 그럼에도 노벨상을 거절하라는 괴링의 압력을 거부했고 결국 1938년 수용소에서 숨을 거뒀다. 오시에츠키에게 평화상을 줬던 노벨상위원회가 다시 언론인에게 이 상을 준 것은 지금 시대가 그때만큼이나 위험하며, 진실을 전하는 언론인의 존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이후 그는 탐사보도 기자에서 언론 자유를 위해 권력과 소셜미디어 기업에 맞서 싸우는 행동가로 변신한다. “처벌받지 않고 더 뻔뻔하게 밀어붙이는 정부”와 그들의 “공범”인 기술 기업에 맞서 어떻게 민주주의를 지킬 것인가? 레사는 ‘우리 대 그들’이란 관점을 버리고 “협력하라, 협력하라, 협력하라” 하고 말한다. “진실은 항상 불온하다” 현대 탐사보도의 주요 성과를 모은 책 〈나에게 거짓을 말하지 마라〉를 엮은 저널리스트 존 필저 역시 오늘날 “거대한 파멸의 위험”을 맞은 언론을 살릴 길은 사람들의 연대, 시민 네트워크에 있다고 말한다. 마리아 레사의 책을 읽고서 혹시나 필리핀 같은 일부 국가의 예일 뿐 서구 민주주의국가는 다르다 여긴다면 이 책을 보기 바란다. 필저는 ‘독재사회보다 자유사회에서 더 철저하고 기술적인 검열이 이루어진다’라는 조지 오웰의 말을 인용하면서, 오스트레일리아를 필두로 한 서구 사회에서 자본이 언론을 장악하고 언론이 권력을 내면화하는 현실을 낱낱이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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