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9] 큐레이션 03 극장에서 쓰는 편지
영화는 이미 존재하는 그 자체만으로 하나 이상의 층위를 갖는다. 스크린을 기준으로 한 물리적 층위가 될 수도 있고, 내러티브나 인물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비물리적 층위가 될 수도 있다. 어떤 영화들은 이것으로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이미 쪼개져 있는 것 말고 자신만의 기준을 다시 세워 그 층위를 더 나눈다. 이 경우 물리적 층위가 기준이 되는 경우는 조금 드물다.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동일한 일반적 환경 위에서는 구현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대부분 후자가 활용된다. 그렇게 완성된 층위의 세계는 관객들에게 직관적으로 이해하기에 다소 모호하고 때로는 이상함에 가까운 감상을 불러일으키지만, 그 이야기만이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세계를 완성해 낸다.
"이것의 세 개의 이야기다. 그중 하나는 이미 일어난 일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이야기이며, 나머지 하나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지 않는 이야기다." 각각의 인물은 서로의 이야기 속에서 타인의 이야기에게 쉽게 융화되지 않는다. 물 위에 기름이 떠 있는 모습으로 경계를 만든다. 화자인 희조가 이 경계를 무너뜨리기 위해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가지만 그 층위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여자는 이수라는 남자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심지어 철물점 남자는 이수를 모티브로 한 소설까지 쓰고 있지만 역시 마찬가지다. 희조가 소설을 쓰는 남자와 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도 그렇다. 두 사람이 새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말하지만, 남자는 지난 산책길에 길에서 마주한 새에 대해 이야기하고 여자는 자신이 가진 새에 관한 기억을 이야기할 뿐이다.
두 목소리가 서로 의미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지, 이 이야기의 내용이 이미지와 어떤 의미를 두고 상응하고 있는지에 대해 해석하고 감독의 의중을 답안지를 작성하듯 맞춰보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미 설명한 대로 해석의 갈래는 이미 여러 개로 나뉘고 난 뒤다. 하나의 프레임 속에서 물리적인 구분이 시도되고 있으며 관객 혹은 시청자가 이를 명확히 인지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주목되어야 한다. 역시 여기에도 앞서 제시된 문구가 정확히 적용된다. 명확한 것은 이미지의 층계가 일어난 일, 사건에 해당될 것이고 두 목소리는 남은 두 이야기에 대응될 것이라는 점이다. 역시 어느 쪽인지는 수용자의 해석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작품 속에는 시점을 명확히 특정할 수 없는 장면이 놓여있기도 하다. 내레이션 혹은 화자가 희조라는 인물로 추측되는 상황에서도 장면의 시점을 그녀라고 확언할 수 없는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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