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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하모해수욕장에 백사장길을 만들겠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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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하모해수욕장에 백사장길을 만들겠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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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하모해수욕장 백사장길 조성 공약이 논란이다. 이곳은 달랑게, 하모달랑게, 꼬마유령달랑게 등 달랑게속 3종이 동시 서식하는 국내 유일 지역이다. 특히 열대종인 꼬마유령달랑게가 기후변화로 이곳에 정착하면서 중요한 생태 모니터링 사이트가 됐다. 인하대 김태원 교수 연구팀은 사람의 발걸음이 달랑게 활동을 감...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지방의회 의원의 공약 중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었다.

'최남단 생태관광 1번지 대정'이라는 제목 아래 제시된 하모해수욕장 백사장길 조성 공약이다. 얼핏 들으면 낭만적이다. 제주 서쪽 끝, 노을이 아름다운 하모 해변을 따라 걷는 길. 그런데 나는 이 공약을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떠올린 것이 있다.

그곳의 모래 속에서 살아가는 작은 생명들이었다.

'하모달랑게'라는 이름이 말해주는 것 달랑게를 아는가. 여름밤 해변에서 헤드랜턴을 켜면 모래 위를 쏜살같이 달려 구멍 속으로 사라지는 게. 집게발을 달랑달랑 흔들며 달린다고 해서 달랑게, 영어로는 유령처럼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고 해서 '고스트 크랩'이라 불린다. 달랑게는 해양수산부가 2016년 지정한 해양보호생물이다.

그런데 달랑게 중에 국명에 '하모'가 들어간 종이 있다. 하모달랑게Ocypode cordimanus다. 이름 자체가 하모해수욕장에서 유래했다. 그만큼 이곳이 이 종의 핵심 서식지라는 뜻이다.

그런데 하모해수욕장에는 하모달랑게만 사는 것이 아니다. 현재 학계에서 확인된 바로는 이곳에 달랑게속 3종이 함께 서식한다. 달랑게, 하모달랑게, 그리고 최근 새롭게 발견된 꼬마유령달랑게다. 달랑게속 3종이 한 해변에서 동시에 확인된 것은 우리나라에서 하모가 유일하다.

열대 게가 하모 모래밭에 나타난 이유 세 번째 종, 꼬마유령달랑게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 종은 필리핀, 하와이 등 열대 연안에 사는 종이다. 그런데 인하대 김태원 해양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2025년 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꼬마유령달랑게가 제주 하모 일대에서 발견됐다. DNA 분석 결과, 이 개체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열대에서 온대로 서식지를 확장한 것으로 판단됐다.

이것은 인간이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기후변화가 만들어낸 새로운 생태 현실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 중요하다. 하모는 지금 이 순간, 기후변화로 달라지는 해양 생태계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살아있는 모니터링 사이트가 되고 있다.

달랑게속 3종의 공존과 경쟁 관계, 열대종의 정착 여부를 장기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곳은 한반도에서 지금으로선 하모뿐이다. 백사장길은 왜 문제인가 달랑게는 모래 속에 굴을 파고 산다. 굴은 단순한 집이 아니다.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고, 영역을 표시하며, 포식자를 피하는 복합적인 생존 장치다.

달랑게는 주변의 진동에 매우 민감하다. 사람 발걸음 소리만으로도 굴속으로 숨어버린다. 인하대 김태원 교수 연구팀은 2026년 해양 및 담수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에 이와 관련한 연구를 발표했다. 논문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Don't tread on me" 사람이 달랑게 굴 위를 밟고 지나가면, 달랑게가 굴 밖으로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고 표면 활동이 현저히 감소한다는 것이다. 먹이 활동과 구애 행동에 쓸 시간이 줄어들고, 굴이 손상되면 달랑게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다. 연구진은 해변 맨발걷기 열풍도 직접 거론했다. 건강을 위한 개인의 선택이 해양 생태계에는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물며 수백, 수천 명이 매일 오가는 정식 산책로를 만든다면 어떻겠는가. 하모해수욕장은 이미 오래전 방파제 건설과 개발로 모래 유실이 심각하게 진행된 곳이다. 해수욕장으로서의 기능도 사실상 상실한 상태다. 달랑게 집단서식지는 해수욕장 서측 귀퉁이 약 1000㎡의 협소한 공간에 몰려 있다.

이미 운진항 주차장과 연결되는 계단 통로를 통해 유입되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노출돼 있다. 여기에 공식 산책로까지 조성된다면, 마지막 남은 서식지마저 사라질 수 있다.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멀리서 바라보는 것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하모를 영원히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성역으로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방법이 다르다. 산책로를 만들어 사람들이 서식지 위를 밟고 다니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달랑게 서식지로부터 충분히 떨어진 거리에서 관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답이다. 해설 안내판을 세우고, 서식지 경계를 표시하고, 야간 생태 관찰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오히려 지금보다 훨씬 더 의미 있는 생태관광지가 될 수 있다. 달랑게를 보고 싶다면, 모래를 밟지 말고 제자리에서 기다려라.

결국 그들은 스스로 나타난다. 달빛 아래 모래 경단을 빚으며 바삐 움직이는 달랑게를 멀리서 지켜보는 경험은, 백사장을 가로지르는 길 위에서는 결코 만들 수 없다. 달랑게속 3종이 공존하고, 기후변화의 증거인 열대종이 새로 정착하고 있는 하모해수욕장은 제주가 가진 세계적 수준의 생태 자원이다. 이 모래밭은 '개발해야 할 낡은 해수욕장'이 아니라, '지켜야 할 살아있는 연구지'다.

백사장길을 만들고 싶다면, 먼저 달랑게에게 물어보라. 그들의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Kwon, S., Kim, D.I. , & Kim, T. .

"Don't tread on me: human trampling on a sandy beach alters behavior of the ghost crab, Ocypode stimpsoni. " Marine Pollution Bulletin, 224, 119154. Kim, D., Jang, S.-J., Kim, T. .

"Possible evidence of range expansion of the tropical ghost crab Ocypode ceratophthalmus to a temperate region driven by climate change. " Journal of Sea Research, 207, 102623. Kim, D., Jang, S., & Kim, T. .

"The First Record of Ocypode sinensis from the Korean Peninsula. " Journal of Marine Science and Engineering, 11, 2348. #달랑게 #하모해수욕장 #해양보호생물 #기후변화 #생태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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