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율성을 널리 소개한 것은 보수정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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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의 히,스토리] 도 넘은 독립운동가 정율성에 대한 악마화

독립운동가 정율성에 대한 악마화가 도를 넘었다. '공산주의자 정율성 공원 조성 철폐 범시민연대'의 기자회견을 전한 25일 자 언론보도에서는"정율성 기념공원을 만들겠다는 것은 5·18민주묘역 앞에 전두환 동상을 세우는 것과 같다"는 범시민연대 관계자의 발언이 실렸다.

대통령과 보훈부 장관이 여론 형성에 나서는 가운데, 8월 29일에는 보훈부 직원들과 5·18 단체들이 정율성공원 반대 신문광고가 나가기 전인 8월 25일에 만남을 가진 사실이 보도됐다. 10월 11일에는 보훈부가 정율성 사업의 중단을 권고하고, 다음날에는 이상민 장관의 행정안전부가 광주 남구에 정율성로 도로명 변경 조치를 권고하는 일이 있었다. 이런 사례는 더 있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6년 10월 9일 자 에는 김영수 문화체육부 장관이 정설송으로부터 정율성 유품을 전달받는 사진이 커다랗게 실려 있다. 이 기사는 정설송이 민요와 왕실 아악 악보 등을 전달하면서"남편이 생전에 고국에 갖다 주고 싶어 했지만 교류가 없는 탓에 내내 가슴속으로 고향산천을 그리워했다"고 말한 사실을 전했다. 유품 인수 작업을 진행할 정도로, 보수정권이 정율성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였음을 보여주는 보도다.노태우 정부와 김영삼 정부가 그렇게 한 것은 중국과 동유럽을 대상으로 전개된 북방외교의 산물이었다. 보수정권이 중국과 손을 잡는 과정에서 정율성이 부각됐던 것이다.

그해 9월 대통령에 취임한 전두환은 1981년 국정연설에서 김일성을 주석으로 호칭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뒤이어 김일성과의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금강산 이남에 자유관광지대를 설치하는 방안도 모색했다. 전두환이 이렇게 한 것은 경제계의 필요 때문이었다. 한국 경제의 돌파구를 남북경협에서 찾아보려는 시도가 전두환의 대북 태도에 영향을 줬던 것이다. 그런 배경에서 정율성이 부각됐기 때문인지 1990년대에는 그가 공산주의자인 것과 중국을 도운 것이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당시의 언론보도에서 나타나는 것도 정율성에 대한 배격이 아니라 그로 인한 민족적 자부심뿐이다.

이런 보도들에서 느낄 수 있듯이 1990년대에는 정율성이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보수 언론에 소개됐다. 그 시절 정부 당국자와 언론 종사자들도 정율성이 중국 군가를 작곡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런 것은 전혀 문제되지 았다. 앞으로 시간이 더 흘러도 악당으로 평가될 게 분명한 전두환 같은 학살자와 달리, 정율성의 경우에는 시대와 정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재해석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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