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이네 시골살이 8] 잡초를 두고 아직 고민 중
겨울 아침에는 현관 밖으로 감히 나서지 못했다. 바람은 차고 사방은 온통 눈으로 덮여 있다. 따뜻한 거실에서도 아름다운 모습은 볼 수 있으니 굳이 찬 바람 부는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봄이 오니 정원의 꽃들이 손짓한다. 어제와 달라진 자기의 예쁜 모습을 보러 오라고.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열고 나간다.이른 봄에 이런 일이 있었다. 새 한 마리가 날아와 거실 창에 부딪혀 기절했다. 얼른 보듬어 햇살이 잘 드는 곳에 두고 물 한 모금 떠 놓았다. 한참을 지켜보아도 움직임이 없다. 어떡하지? 걱정이 밀려온다. 잠시 한눈파는 사이에 새가 사라졌다. 아, 안심. 더불어 기분이 너무 좋았던 적이 있었다.
지난해 늦봄, 정원을 만들기 위해 잔디를 걷어내는 일로 지쳐있을 때 앞산, 뒷산에서 아름다운 새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 듣는 소리지만 너무 아름다운 소리였다. 순간 피로가 싹 가시며 한 번 더 그 소리를 듣고 싶어 귀를 쫑긋 세운 적이 있다. 마치 나를 무릉도원으로 부르는 것 같았다. 잠시 쉬면서 그 소리를 한동안 들었다. 일을 마치고 그 새 소리를 찾아보니 휘파람새 소리인 것을 알았다. 올해는 언제쯤, 이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꽃을 공부하다 보면 이름이 외래어로 된 것이 많아 힘든데 다행히 새 이름은 우리말로 된 것이 많아 익히기 편하다. 딱새, 딱따구리, 파랑새, 부엉이, 오목눈이, 직박구리 등등. 수선화를 나르키소스, 데포딜이라 부르지 않아서 좋다. 클레마티스를 으아리라고 불렀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초등학교에서 꽃 이름, 나무 이름, 새 이름, 물고기 이름을 마을로, 뒷동산으로 다니면서 알뜰히 가르치면 좋겠다. 자연을 배우는 재미를, 그 기억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살아가면 행복하지 않을까?
정원의 꽃을 감상하다 무스카리, 제비꽃에 눈길이 머문다. 정원을 정리하다 보면 호미와 삽 끝에 딸려 오는 조그마한 풀, 마치 달래와 같다. 나는 그때까지 이 꽃이 무스카리인 줄 몰랐다. 이것을 잡초 취급하여 뽑아 버리려 했다. 내 모습을 지켜보던 아내가 무스카리라 알려주면서 버리지 말고 자기에게 달라고 한다. 그리고 나무 밑에 하나하나 자리를 만들어 준다. 일을 빨리 마치고 싶은 마음에 그러면 언제 일을 다 끝내느냐고 아내에게 짜증을 내보기도 하지만 아내는 묵묵히 자기 일을 한다. 그 무스카리가 나에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나를 버리지 않길 잘했지? 작지만 밝은 보라색 송이로 곧바르게 자기를 드러내는 모습이 품격 있다. 마당 여기저기 곳곳에서 제비꽃이 '나 귀엽지' 하면서 자기 존재를 보여주고 있다. 제비꽃의 생명력, 귀엽지만 감당하기 버거워 정원 안으로 데려와 자리를 만들어 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돌 틈에서, 다른 꽃 옆에서 자기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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