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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화석연료, 그리고 대한민국: '먼 나라'의 비극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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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화석연료, 그리고 대한민국: '먼 나라'의 비극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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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공습으로 인한 비극과 그 배경에 자리 잡은 화석연료, 그리고 기후위기와의 연결고리를 조명하며, 대한민국이 직면한 에너지 전환의 과제를 제시한다.

하루 아침의 공습으로 세계 반대편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이란 '인권운동가통신'의 톰슨 부국장에 따르면 3월 9일 기준 최소 1245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2월 28일 폭격 당일에는 초등학교에 미사일이 떨어져 170명이 넘는 초등학생과 선생님들이 목숨을 잃었다. 다치고,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사라진 사람들까지 합한다면 그 피해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어떤 숫자와 문자로도 표현할 수 없는 비극이다. 한국에서는 이 참극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빅카인즈(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분석시스템)를 인용한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교 폭격 당시 증시에 대한 기사가 피해 보도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전쟁과 공습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대다수의 관심은 코스피, 증시, 기름값에 쏠려 있다. 코스피 지수와 기름값으로만 전쟁을 논하는 대한민국에서 전쟁의 비극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무력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하지만 이 모든 일에 책임감을 느끼는 것은, 내가 성장한 한국의 풍요가 이 전쟁의 원인이자, 전쟁을 부추기는 화석연료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이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인류가 화석연료와 깊은 관계를 맺기 시작한 이후 화석연료는 각종 분쟁과 전쟁의 씨앗이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루마니아와 러시아 바쿠는 유전 지대라는 이유로 전쟁터가 되었고, 미국의 이라크 침공 또한 석유 거래를 달러에서 유로로 바꾸려 했던 후세인 정부의 결정과 관련이 있다. '석유 한 방울은 피 한 방울의 가치가 있다'는 격언을 '석유 한 방울을 위해서라면 피 한 방울은 기꺼이 지불할 수 있다'로 바꿔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이번 공습 역시 화석연료를 빼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중동은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2위의 가스 생산지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이다. 이러한 지정학적 배경 속에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북쪽을 장악하고, 원유 교환에 달러 대신 중국 위안화나 현물 교환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란의 중동 내 영향력 제한은 미국의 달러 중심 경제 패권을 유지하는 것과 연결된다. 산유국이라는 강점은 공습과 전쟁 상황에서 치명적인 표적이 된다. 이스라엘은 지난 7일과 8일 이란의 대형 석유 시설을 폭격했고, 이에 맞서 이란은 주변 친미 동맹국들의 가스와 석유 시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국제 에너지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는 일들이 연일 발생하면서 유가도 급등하고 있다. 그러나 폭격의 현장과 다소 떨어진 곳에서는 웃는 사람들도 있었다. 국내에서는 경유와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여 2000원을 눈앞에 두고 있어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공습 직후 국제 유가가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도 전에 1800원대로 치솟은 기름값이 연일 보도되었다. '중동 전쟁 테마주'라는 이름의 리스트가 언론과 커뮤니티를 통해 퍼져 나갔고, 누군가는 발 빠르게 이 테마주에 올라타 큰 이득을 보았다. 정유업계와 발 빠른 사람들은 전쟁 속에서 웃었을 것이다. 군사적 폭력조차 청년 세대에게는 먼 나라의 일처럼 느껴지는 한국에서 '횡재'한 사람들은 운이 좋거나 똑똑한 사람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전쟁은 언젠가는 대한민국과 가까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우리가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화석연료가 낳는 또 다른 부작용은 기후위기다. 특히 한국은 화석연료 중심의 산업 성장으로 풍요를 누리고 있으며, 절반 이상의 전력을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한다.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급속도로 진행되는 기후위기는 모든 분야의 자원을 빠르게 고갈시키고 있다. 기후 이재민, 기후 난민 등 기후위기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의 비자발적 이주, 식량 위기, 각종 분쟁은 이미 현실의 문제다. 전쟁 또한 기후위기를 심화시킨다. 세계 평균보다 2배 빠른 온난화가 진행되는 아프가니스탄은 강대국과 탈레반의 갈등 속에서 수십 년을 고통받아 왔다. 80년대 폭격으로 숲의 80%가 소실되었고, 가뭄과 홍수와 같은 기상 이변으로 23년 기준 74만 명 이상의 아동이 집을 잃었다. 기후위기가 전쟁을 부추기고, 전쟁이 기후위기를 다시 부추기는 악순환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더욱 뜨거워질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아야 하는 사람은 오늘날 단 한 번도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다. 지금 우리가 화석연료 시스템을 유지하며 먼 나라의 전쟁에 기여한다면, 미래에는 화석연료 사용으로 전쟁의 한가운데 놓인 나라로 변모할지도 모른다. 나는 청년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모든 이들이 화석연료와 전쟁, 기후위기 문제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은 임시 국무회의에서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상황을 언급하며 재생에너지 전환을 서두르고 대대적으로 진행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16일, 정부와 여당은 석탄발전소 출력을 최대 성능 80%로 제한하는 상한 제약을 해지하기로 합의했다. 전쟁의 결과가 원전 추가 건설과 석탄 발전 제한 해제로 이어진 것에 유감을 표한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이야기가 선언에 그치고, 현실의 논의가 '에너지 안보'에 갇힐 때, 지금의 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단기적 이익을 위해 미래의 위협을 앞당기는 결정을 내리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은 돈과 관련될 수밖에 없기에, 공적 예산 사용 계획도 변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매년 10조 원이 넘는 예산을 화석연료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정유사나 주유소가 손해를 볼 때 세금으로 손해를 메꿔주는 나라다. 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공적 자금 사용 원칙에서도 화석연료와 점진적으로 이별해야 한다. 온실가스 고배출 국가 사업을 중단하거나 개선하고, 시민의 삶과 기후 대응을 위한 기금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 화석연료가 존재하는 한, 이 세상에서 분쟁은 계속될 것이다. 미래의 평화는 코스피와 기름값이 아니라, 공공의 자원이 시민의 삶과 기후위기 완화를 위해 사용되도록 우리가 어떤 에너지 시스템을 지지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세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중동에 평화가 깃들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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