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재활 난민 생활을 하는 화자가, 아빠의 장기간 재활 치료로 인해 가족이 서울 수도권 곳곳의 오피스텔이나 빌라를 옮겨다니며 낯선 곳에서 살아가는 삶을 솔직하게 밝힙니다.
나는 난민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 재활 난민 '이다. 생소하겠지만 어학사전에도 나와있는 말로'장기간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나 현재 의료 수가 상 한 병원에 장기간 입원이 어려워 여러 병원을 이곳저곳 옮겨 다니는 환자와 보호자들을 '난민'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아빠가 중증 환자가 된 지 6년 차니 우리도 6년 차 재활 난민 생활 중이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와상 환자인 아빠는 24시간 보호자가 필요하다. 산재 승인을 받아 치료비와 병원비는 해결이 되지만 월 400만 원 가까이 들어가는 간병인 비용은 산재 혜택을 받을 수가 없다. 그렇게 처음에는 엄마가, 다음에는 결혼한 동생이, 그다음엔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간병인으로 투입됐다. ' 재활 난민 '으로 살아온 6년 처음 난민 생활을 시작한 곳은 잠실이었다. 우리 집은 경기도 안양인데 아빠는 서울 아산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안양 집과 강남의 회사 그리고 잠실 병원까지 오가며 길에서 버려지는 시간들이 너무나 많았다.
행여 병원에서 응급 연락이라도 오면 어쩌나 싶은 마음에 집에 있어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결국 우리는 조금 더 적극적인 간호를 위해 아예 병원 근처 한 달짜리 단기 임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때는 발병 초기라 모두가 의욕에 넘쳐있었고 금전적으로도 여유가 있었다. 당시에 나와 동생 모두 돈을 벌고 있는 데다 나는 남편이 없고 동생은 결혼을 했지만 아이가 없었던 게 과감히 결정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단기 임대를 구하는데 첫 번째 조건은 역세권이었다. 야근이 잦았던 나와 밤늦게 간병 교대를 할 동생이 출근을 하려면 한 시간이라도 더 잘 수 있어야 했기에 역과 최대한 가까워야 했다. 두 번째 조건은 안전이었다. 아무래도 여자만 셋이 살아야 했고 병원에 늦은 밤, 새벽에도 급히 나갈 수 있으니 최대한 안전한 곳이어야 했다. 마지막으로는 반려견 동반 입주가 가능한 곳. 아빠가 너무나 사랑했던 우리 집 막내 토이(당시 6살 푸들)도 같이 이사를 다녀야 했기에 반려견 동반 거주가 가능해야 했고 그래서 더 우리의 조건에 맞는 집을 구하는 게 어려웠다. 아니 다시 말하면 집은 있지만 구하기 어렵고, 까다롭고, 비쌌다. 그러나 궁하면 통한다고 우리는 용케 매달 이사 갈 집들을 구해서 토이를 데리고 짐을 싸서 온 가족이 이사를 했다. 잠실, 강남, 신촌, 분당, 건대, 부천, 일산, 또 잠실 등을 찍으면서 서울과 수도권의 좋다는 병원 근처의 오피스텔 혹은 빌라들로 이사를 다녔다. 더운 여름엔 선풍기를, 추운 겨울엔 전기장판을 차에 싣고 퇴근 후 제부의 도움으로 짐을 옮겼다. 전원하는 날에는 근무시간을 조정해 입원 수속을 마친 뒤 엄마는 병원에서, 나는 동생과 셀프 입주 청소를 하고 짐을 풀었다. 매달 여행 짐을 싸듯 동생과 내 캐리어에는 각자 출근할 때 입을 옷과 잠옷, 신발, 화장품, 노트북 등 개인 물품들을 넣었고 나중엔 인근 마트에서 휴대용 tv 안테나를 사와 벽에 붙이고 작은 밥상까지 들여놓았다. 당연히 토이의 배변 판과 사료, 장난감들도 함께 캐리어에 넣어 다녔다. 서울, 경기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장소는 낯설지만 그 안은 다 익숙한 것들로 채웠던 난민 생활. 병원과 낯선 오피스텔을 오가며 아슬아슬한 일상을 유지하는데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건 다름 아닌 반려견 토이였다. 휴무일엔 낮에는 병원에서 아빠와 재활 치료를 다니고 재활 스케줄이 끝나면 얼른 오피스텔로 뛰어와 혼자 종일 낯선 집을 지키며 떨었을 토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왔다. 그렇게 아빠와 함께 살던 안양의 우리 집은 정작 아무도 없는 빈집으로 놔둔 채 우리는 서울과 경기도의 낯선 곳에서 떠돌이 생활을 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한 병실 안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옷을 갈아입고, 목욕과 빨래를 하는 말 그대로 난민, 재활 난민이 되어버린 것이다. 우리는 난민 생활을 하면서도 평범했던 예전의 일상을 유지하려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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