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은 ‘문제 인사’ 차관은 ‘용산 출신’…집권 3년 차도 ‘민심 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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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장관급 5명을 차례로 교체하며 임기 후반부를 이끌 내각 진용을 새로 짰다. 대통령실은 산적한 개혁 과제 실행의 추진력을 높이기 위한 개각이라고 밝혔지만, 이념편향적 인사들을 잇따라 등용함으로써 4월 총선 패배에서 드러난 민심을 전혀 수용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지난 4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이진숙 전 대전문화방송 사장을 지명하는 것을 시작으로 집권 3년차 개각에 착수했다. 같은 날 김병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금융위원장, 김완섭 전 기재부 2차관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지난 18일엔 유상임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했다. 대미를 장식한 건 31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의대 증원 문제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태원 참사 책임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유임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만큼 ‘전문성’과 ‘개혁 추진력’ 두가지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한다. 보여주기용 국정 쇄신이 아닌, 남아 있는 개혁 의제를 과단성 있게 실행해갈 인물을 발탁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일 “정권 후반기에 갈수록 추진력 있는 인물이 필요해지는 것”이라고 했다.문제는 발탁된 인물의 면면에서 총선 패배 뒤 요구받는 쇄신 의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데 있다. 개각의 명확한 콘셉트를 찾기 어려운 관료나 교수 위주 인선을 해오다, 이번엔 국민 통합과는 거리가 먼 이념편향 인사까지 등용한 것이다. 윤 대통령과 ‘정치적 코드’가 맞는 인물들을 노골적으로 전면 배치해 국정 장악력을 회복해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관후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는 “총선 이후 두세달에 걸쳐 이뤄진 순차 개각인데, 마지막 인선인 김문수 위원장의 장관 지명이 이번 총선에 대한 대통령실의 최종적인 입장이자 평가를 보여준다”며 “정권 초기보다 노골적으로 편향된 인사를 내세우며, 국정 운영 방향을 바꿀 마음이 조금도 없다는 것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장관을 보좌해 부처 실무를 총괄하는 차관급에는 ‘용산 비서관’ 출신을 대거 투입해 국정 장악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통일부 차관에 임명된 김수경 전 대통령실 대변인을 비롯해 국무조정실·기재부·고용부·농림축산식품부·인사혁신처·환경부·중소벤처기업부 등 8개 부처 차관에 대통령실 비서관이 승진 기용됐다.

‘돌려막기식’ 인선이 협소한 인재 풀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저출생대응수석비서관 신설 방침을 밝히고도 두달 가까이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최종적으로 유혜미 교수를 낙점했지만, 저출생 문제와 무관한 경제학자라는 점이 뒷말을 낳았다. 이번에 임명된 김완섭 환경부 장관 역시 기재부 출신으로, 환경 분야의 전문성 부족이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인사검증 과정에서 변수가 너무 많다. 상징성이 있으면서 성과도 낼 수 있는 인물을 찾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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