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이것만큼은 바꾸자]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위한 법률적 근거 마련 필요
퇴근길에 세탁 세제를 샀다. 외근을 나간 곳 근처에 마침 제로웨이스트숍이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이것저것 사서 가방에 넣었는데 무게가 상당하다. 아마 세탁 세제 때문이었을 것이다. 직접 들고 오려면 많이 살 수 없고, 적게 사면 자주 방문해야 하니 제로웨이스트숍은 집에서 멀지 않아야 한다. 물론 일부 소비자는 집 근처 제로웨이스트숍에 가기도 하지만 적지 않은 시민들은 그렇지 못하다. 제로웨이스트숍이 편의점처럼 즐비하지 않으니까.
생산자가 제품을 판매하되 용기를 수거해 재사용하는 방법에는 대표적으로 한살림 재사용병을 꼽을 수 있다. 한살림은 2006년부터 '병되살림운동'을 통해 유리병을 재사용해 왔고, 현재 70여 품목을 6개 규격의 재사용병에 담아 판매하고 있다. 쨈, 분말, 젓갈류, 장류를 담은 재사용병은 조합원이 사용한 뒤 세척해 반납하면 포인트 50원을 적립해 준다. 병 재사용의 효과를 높이려면 한살림 외 다른 식품사도 병 재사용을 해야 하는데 병의 규격을 통일해야 하는 것이 과제다. 최근 제로웨이스트숍 허그어웨일 리필스테이션은 리필 딜리버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세척된 용기에 주방세제나 세탁세제를 담아 집까지 배송하는 모델을 운영하는데 직접 리필 제품을 들고 와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할 수 있어 시민들의 관심이 높다. 리필 매장과 리필 배송서비스가 함께 운영될 수 있다면 포장재 감축 효과는 커질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 프랑스는 감자튀김 포장지에도 주목했다.
이와 같은 다회용기 사용 정책은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다회용기 제작, 회수 시스템을 구축하게 만들었다. 독일 맥도날드는 물류회사와 협력해 컵 개발부터 운송, 반환시스템까지 구축해 모든 맥도날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버거킹은 독일의 대표적인 재사용컵인 리컵과 협력해 버거킹의 컵 반납과 보증금 환불을 독일 전역의 2만 개 이상의 리컵 파트너에서 가능하도록 했다. 맥도날드와 버거킹에서는 재사용 용기에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담아 판매한다.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 10조에는 화장품류, 세제류, 분말커피류 등에 대해 포장용기 재사용 용품 생산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포장용기 재사용에 대한 소비자의 체감은 높지 않다. 이유는 포장 규칙에 명시된 내용이 '노력하여야 한다'이기 때문이다. 즉, 제시된 비율만큼 생산하는 노력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일 뿐 이행하지 않더라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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