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리뷰] SBS ... 언론의 책임은 없나
이호성은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에서 활약한 야구선수 출신으로 1990년대를 풍미한 유명 스타플레이어이자 프로야구 선수협회 회장까지 역임한 인물이다. 하지만 은퇴후 2008년 내연녀와 그녀의 세 딸까지 총 4명을 살해하고 본인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충격적인 사건을 저지르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한때 최고의 야구스타는 왜 살인범이 되어야만 했을까. 이 사건은 이호성이 경찰에 체포되기 전에 아무런 진술도 남기지 않고 자살해버렸기 때문에 범행동기나 관련 의혹들은 명확하게 규명되지 못하고 찜찜하게 종결되어야 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취재윤리를 무시하고 진실을 밝힐 수 있었던 기회를 날려버리게 만든 언론의 책임도 적지 않았다.2월 1일 방송된 SBS 실화 스토리텔링 113회에서는 '선아의 SOS, 네 모녀 실종사건'편을 통하여 이호성 살인사건의 미스터리를 조명했다.2008년, 서울 마포에 거주하던 올해 22살의 선아씨는 세 자매 첫째로 뮤지컬학과에 재학중인 학생이었다.
유일하게 집에 들어오는 장면이 목격되지 않았던 선아씨는 어디로 간 것일까. 당시 선아와 함께 집으로 가는 버스에 탔던 동기는, 선아씨가 버스 안에서 누군가와 휴대폰으로 통화를 했고"우리 엄마가 만나는 분이 있는데, 다 같이 그분 고향에 내려가봐야 할 거 같아"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진술했다.통신 기록을 조회하니 발신자는 선아의 엄마 휴대폰이었다. 그런데 선아가 전화를 받은 시각이 밤 11시경으로 선아 엄마와 두 동생이 이미 실종되고, 이호성이 세 개의 가방을 운반하여 집 밖으로 나가는 모습이 CCTV에 찍힌 이후였음이 드러났다.또한 동기는"선아가 존댓말을 쓰면서 살짝 어려워하는 느낌이었다"는 결정적인 진술을 하며 통화 대상이 엄마의 휴대폰으로 통화한 상대가 엄마가 아닌 이호성이었음을 암시했다. 선아는 버스에서 내린 후 12시 5분, 종로 인근에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마지막 통화를 한 것을 끝으로 휴대폰 전원이 꺼졌다.
이어 수사중에 이호성이 이미 3년 전에도 한 남자의 실종사건에 연루됐으며, 그 대상은 조직폭력배인 무등산파 행동대장 조씨로 드러났다. 대외적으로 이호성과 동업하는 관계로 알려져 있던 조씨는 가족들에게 '이호성을 만나러 간다'는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남기고 증발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호성이 연관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고 조씨는 결국 실종된 상태로 남았다. 큰사진보기 ▲ SBS 의 한 장면. ⓒ SBS그런데 얼마가지 못해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온다. 네 모녀 실종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였던 이호성이 사망한 채로 발견된 것. 방송에서는 9시 뉴스 속보로 경찰의 추적에 압박감을 느낀 이호성이 한강에 투신해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의 자살로, 피해자들의 행방과 억울함을 규명할 기회를 잃은 데 망연자실했다.다행히 경찰서로 결정적인 제보 하나가 전해진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경찰측은 범인 검거가 임박했으니 보도를 조금만 미뤄 달라는 '엠바고'를 요청했다. 그런데 이를 거부하고 단독으로 이호성이 범인이라고 가장 먼저 최초로 특종보도를 한 매체가 바로 SBS였다. 뉴스를 통하여 자신이 경찰에 수배중이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궁지에 몰린 이호성은, 얼마뒤 극단적 선택을 저질렀다. 결국 범인을 체포하여 죄의 댓가를 치르게 하고, 피해자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규명할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를 날렸다.정작 SBS에서 방영된 에서는 이런 사실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방송에서는 느긋하게 식사를 하려던 형사들이 뉴스보도를 보고 이호성의 죽음을 확인한뒤 당황한 모습으로 설명하며, 마치 경찰이 이호성을 찾지못해 공개수사로 전환해놓고 방심하다가 마치 사건을 그르친 것 같은 뉘앙스로 묘사했다.이호성 사건이 하필 SBS에서 방영되는 를 통해 다루어진다는 소식이 알려졌을때부터 일부 시청자들은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며 주시했다. 그러나 방송에서는 특종에 눈이 멀어 취재윤리와 피해자들의 안위를 내팽개친 무책임한 행태에 대해서는 끝내 사과나 성찰없이 회피를 선택해버린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이호성의 장례식은 세상의 냉담한 시선속에 조용히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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