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살이 중인 사람이 양귀자의 '이해불가'를 숨겨진 서점에서 발견하고, 삶에 대한 숙명적인 질문을 던지는 소설 속 주인공의 이야기를 웃고 울며 겪는 경험을 담고 있습니다.
해외살이 중인 나는 이북을 즐겨 읽는다. 세상이 좋아져서 대부분 바로 다운로드하여 읽어볼 수 있지만, 유독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몇몇 작품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손으로 종이를 넘겨 꼭꼭 씹어 읽어야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양귀자 소설 이 그랬다. 책에 관한 안목을 높이 사는 지인이 이 작품을 감명 깊게 읽었다고 하는데, 내용이 궁금해 죽을 지경이었다. 서울은 상상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도시다. 오래간만에 고국방문을 하고 보니 내가 봬야 할 분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다. 동행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문화체험도 넘쳐나서, 일정만 잘 짜면 얼마든지 마음먹은 대로 보여줄 수 있다. 덕분에 여행 내내 정신없이 바쁘다. 그런 와중에 내 마음 한편,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다. 가족 찬스로 두세 시간의 개인시간이 주어졌다. 고민 없이 대형서점으로 향한다. 오래간만에 방문했지만, 그 서점 안 공기는 익숙하고 편안하다.
여유 있게 즐기려던 마음도 잠시, 그간 이북으로 접할 수 없었던 책 이름들이 떠오른다. 허기지던 활자욕구, 종이책 욕구를 채우느라 정신없이 책들을 담아내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었다. 결국 다시 영국 내 집으로 돌아와서야 예쁘게 발간된 양장본 을 손에 들고 음미하기 시작한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한 세상 책의 제목 의 사전적 정의는 '둘 이상의 논리가 이치상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음을 일컫는 말'이다. 이 소설은 우리들 삶의 내면 깊이,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로 가득 찬 인생을 이야기한다. 주인공 안진진은 부모와 가족을 통해 인생은 '옳고 그름', 이분법적 사고 만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삶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던 아버지는 그 생각의 양이 초과 돼버린 것인지 가장으로서의 무게나 책임은 저버린 채 술꾼, 건달 심지어 집을 나가 행방불명자가 된다. 가장이 된 엄마는 세상으로부터 자식과 가정을 지키느라 억척같은 삶을 산다. 그에 반해 아무 걱정 없어 보이는 삶을 사는 엄마의 쌍둥이 동생, 이모는 안진진에게 동경의 대상이었고 안전한 보루와도 같은 세상이었다. 어려서 불안정했던 경험들은 안진진으로 하여금 안정적인 삶을 동경하게 했고,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그즈음 그녀 주위에 나타난 두 남자. 인생을 착착 자신의 계획에 맞춰 살아가는, 그에 비해 상대에 대한 배려나 공감이 부족한 현실적인 남자. 반면에 야생화와 같은 연약함과 순수함을 가졌으나 세상을 살아가는 뿌리가 단단하지 못한 사내. 그 둘 사이에서 사랑의 감정을 그리고 자신이 감당하게 될 함께 하는 삶을 저울질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진다. 인생에서 행복만큼 불행도 필수적인 것이다. 그저 어떤 종류의 불행과 행복을 선택할 것인가 일뿐이다. '삶과 죽음', '정신과 육체', '풍요와 빈곤' 같은 상반된 의미들은,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결국 서로 얽히고설켜 함께 살아가는 것이 인생으로, 그 자체로 모순 덩어리일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더불어 그 이치에 맞지 않아 보이는 인생의 모순을 이해하려고 노력할수록 조금 더 삶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말한다. 주인공은 겉으로 보기에 부서져 버린 인생인 아버지를 통해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삶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는 중요한 진리를 배웠다고 말한다. 드세고 억척같던 어머니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가장 소중한 것을 지켜내는 치열한 생존력을 배운다. 동경하던 이모를 통해 '무덤 속 같은 평온'이 주는 인생의 괴로움과 외로움도 엿본다. 주인공은 어차피 인생은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으로, 실수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면 지금껏 살아보지 못한 모순과 손을 잡기로 한다. 깊은 대면에도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삶 작가는 소설가로서 자신의 소임을 '주어진 인생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현실을, 소설 위에 세우기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를 위해 '이야기'와 '감동'을 짓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서평 양귀자 이해불가 소설 문학 서평 삶의 본질 인생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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