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놀고 싶다 ⑤] 심나연·홍다예씨가 들은 선샤인씨의 이야기
"은 이태원을 구성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각자에게 이태원은 어떤 의미인지, 참사 이후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기억해 왔는지, 앞으로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이 기록이 또 다른 이야기를 여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이태원은 여러 커뮤니티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이태원'이라는 지명을 들었을 때 우리는 게이클럽, 트렌스젠더바, 드랙쇼와 같은 LGBTQ+ 문화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음식점을 연상한다. 그렇듯 이태원은 '경계 없는 풍경'을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장소다. 그리고 이 이질적인 모습은 '다양성'이라는 말로 흔히 표현된다.
선샤인과는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되었다. 사진작가인 친구가 촬영을 위해 그가 일하던 드랙바를 방문한 날, 나도 그를 처음 만났다. 나와 동갑인 그는 아주 친근했다. 진로를 고민하는 여느 또래 친구들과 같은 표정으로 이야기하던 게 기억난다. 그리고 2년 만에 그를 다시 만나 인터뷰했다. "제가 사는 이 공간의 회복을 목적으로 한다고 해서 인터뷰에 참여하면 좋을 것 같았어요. 또 제가 모든 성소수자 아티스트들을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그분들과 연결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 것 같았고요."이태원은 퀴어들에게 상징적인 공간이다. 선샤인 역시 일찍이 이태원을 선망했다. 그렇게 드랙퀸 활동을 시작하면서 이태원에 대한 애정은 훨씬 커졌고, 그는 이태원의 매력으로 '날것'을 꼽기도 했다.
"핼러윈 축제에 가면 모든 사람들이 서로의 배경에 대해 아예 묻지 않아요. 그냥 '너 재밌다 나랑 같이 놀자' 이런 말로 통해서 편견 없이 재밌게 놀 수 있었어요. 사실 이태원 메인 거리를 기준으로 이쪽은 게이 거리, 이쪽은 일반 분들 거리로 보통 나뉘는데, 핼러윈이 되면 그런 거랑 상관없이 많이 섞이게 되었던 것 같아요.""한국 사람들은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잖아요. 그런데 이태원에서는 신경을 안 쓰거든요. 내가 말랐든, 살집이 있든 피부를 드러내는 게 아무렇지 않고, 무슨 시상식 가는 사람처럼 화려하게 입어도 신경 안 쓰고, 드랙을 하고 돌아다녀도 드랙퀸이 있구나 이러고 마는 게 좋은 것 같아요.""처음 평범하게 입고 왔던 사람들도 점점 깨닫는 것 같아요. 여기서는 이렇게 입고, 이렇게 행동해도 괜찮구나.
"퀴어들이 뉴미디어 안에서 각광 받는 시즌이었어요. '이태원에 오면 유명한 사람들, 드랙퀸도 많이 본다더라' 이런 이야기가 흔하게 오고 갔어요. 그래서 이태원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되게 긍정적인 거였죠."갑작스러운 참사, 당일의 당황스러움"음… 저는 드랙바에 있었어요. 그러다 이태원에서 압사 사고가 났다더라 하는 얘기를 손님을 통해 전해들었어요. 두 개의 감정이 들었던 것 같아요.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당황스러웠고, 한편으로는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에 대한 생각? 분명 사람들이 많이 모일 거라고 예상 못하지 않았을 텐데. 갑자기 사방에 퍼져 있던 사람들이 모여서 그렇게 된 것도 아니고. 그전부터 사람이 그만큼 많았다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분명 뭔가 대책이 있었을 텐데.""상인들끼리도 '이러다 사고 한 번 크게 나겠다'는 얘기가 빈번했어요. 참 안일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겨내야 했어요. 이 지역에서 살아남으려면. 왜냐하면 이제 이태원을 경험하는 분들이 너무나도 많잖아요. 이렇게 재밌는 공간이 있다는 걸. 그러니까 더 괜찮다고 보여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인 거죠. 이런 일이 발생해도 잘 이겨낸다고 보여줘야 할 것 같았어요. 저희는 추모 기간과 상관없이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해야 했거든요. 충분히 애도했다고 생각하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남아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죠. 다음 핼러윈이 얼마 안 남았는데 우짜쓰면 좋을까 걱정되기도 해요. 그리고 엄숙하게 생각하기보다 조금 캐주얼하게, 평소처럼 재밌게 지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마음속으로 잘 담아두고 기억하면서요. 이태원도 충분히 재밌는 공간이라는 걸 많이 알아주셨으면 해요.""손님들이 즐거울 수 있도록 재밌게 일하고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이태원에서 재밌게 놀면서 일할 생각입니다.""이태원에서 퀴어 퍼레이드를 해도 재밌을 것 같아요.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전쟁 때 동물이나 찍고 있냐”는 말 들으며 만든 다큐[애니멀피플] 서울동물영화제 개막작 다큐 ‘니카를 찾아서’ 카프랄로프 감독 “동물 구조 여전히 진행 중”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한국 여성 고용률 올랐다지만···고용 성별격차 OECD 8위국내 여성 고용률이 과거보다 큰 폭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남녀 고용률 격차는 여전히 경제협력개...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케이팝' 남다르게 보는 사람들... 그들이 받은 심각한 악플[신필규의 아직도 적응 중] 대중문화를 더욱 '퀴어하게' 해석해야 하는 이유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오늘도 뼈를 만진다, 모두 덜 불행했으면 좋겠다 [본헌터㉝][역사 논픽션 : 본헌터㉝] 정하의 호미식당 알바하면서 본업처럼 하는 유해발굴, 엄숙하지만 즐겁게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단독]‘이재명 대표 수사’ 수원지검 미제사건 현 정부 들어 3배 급증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의혹 수사를 하는 수원지검의 미제사건 수가 현 정부 들어 3배...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법무부, ‘아동학대’ 처벌 강화···아동살해미수죄 신설 입법예고아동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경우 집행유예 없이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하는 법...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