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장수가 돼야 했던 한국 최초 여성 변호사의 분투기 백인당태영 우란문화재단 음악극 이태영 백은혜 곽우신 기자
큰사진보기 ▲ 작품을 준비하면서 ”선생님에 대한 기록이 사실 많지 않아요. 절판된 책도 많아서 기념회 통해서 자료들을 받았어요. 그런데 짧은 인터뷰만 봐도 어떤 분인지 되게 딱 알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극을 하면서 선생의 발자취를 또 따라가려고 했고, 그걸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조각들을 막 수집했던 것 같아요. 정말 많은 일을 하신 분인데, 기록된 그 분의 목소리의 힘, 눈빛, 이런 것만 봐도 ‘이분이 어떤 분이구나’ 그런 것들을 알 수 있었죠.“ ⓒ 우란문화재단"저희가 작품 안에서 '꾸준함'을 이야기하는데, 연습 때 '목소리 프로젝트를 하는 게 나의 꾸준함입니다'라고 한 적도 있어요. 제가 선택해서 개근을 한 건 아니고요. 기회가 와서 그냥 잡았을 뿐인데, 주변에서 막 주목해 주고 계시더라고요. 목소리 프로젝트를 했던 사람들은 계속 다 참여하고 싶어 해요. 그런데 마지막으로 를 했던 게 벌써 4년 전이잖아요.
이태영 선생의 과거 인터뷰 자료들이 제 안에 있기 때문에, 나중에 환상인 듯 진짜인 듯 정광현 선생이 나오시는 장면이나, 마지막에 남편과 대화를 나눌 때도 '동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울컥했어요. '줄탁동기'를 이야기하면 어느 순간 가슴이 찡해지고, '가족은 언제나 2순위'라고 할 때 막 여러 가지 감정들이 뒤섞이죠. 그런 거를 저희가 극에서 더 부풀 리지는 않은 것 같아요."큰사진보기 ▲ 여전히 유효한 답변 “‘여성들의 실제적인 삶을 다양한 주체로 그리는 작품들이 좀 더 많아지길 바란다’라고 했던 건, 사실 그때 기자님이 예쁘게 만져주신 거예요. 좀 다듬어주시기는 했지만, 그런 맥락에서 대답한 건 맞아요. 그리고 그때의 고민과 소망은, 네, 여전히 유효합니다.
의 인어공주나 의 김꽃님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배우 백은혜가 어떤 결의 연기를 해왔고, 또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잘 알 것이다. 연기의 폭이 넓은, 잘하는 배우들은 꽤 있지만 그중에서도 백은혜의 필모그래피가 보여주는 스펙트럼은 상당하다. 특히 에 이어 부터 까지, 최근 몇 년 간 무대에서 보여준 행보도 인상적이다. 작품의 결도, 분위기도 다르지만, 여성 인물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작품이라는 공통점도 꼽아볼 수 있다." 기자간담회였을 거예요. 한 기자 분이 '여성 서사 작품을 지금까지 쭉 해오셨는데...'라고 질문해주셨죠. 그때 처음 생각했어요.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한 작품들은 아니에요. 많은 분이 오해하세요. 제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진 것 같다는 질문도 많이 받았어요.그런데 저한테는 기회가 더 많이 오게 된 것뿐이에요. 때만 해도, 저에 대한 선입견 같은 게 있었어요.
작품의 마지막, 태영은 가위를 든다. 독립운동을 하다가 끌려간 남편 정일형의 뒷바라지를 위해 누비이불을 만들어야 했다. 그때 그토록 갖고 싶던 날이 잘 드는 가위, 그 가위로 결국 그가 자르는 것은 이불이 아니라 '선'이다. 여성에게 교육의 기회를 차별한 선, 교육을 받고도 그 뜻을 제대로 펼칠 수 없었던 선, 여성 판사가 나오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하는 선, 호주제가 폐지되면 가족이 붕괴될 거라는 선, 가부장제가 여성에게 넘어서는 안 된다고 강요한 선. 배우 백은혜 앞에도 그런 선들이 있었다."매체에 처음 나갔을 때 되게 충격적이었어요. 무대에서는 나이나 성별 같은 것들을 많이 무너뜨리잖아요. 그런데 매체는 제가 할 수 없는 게, 못한다고 하는 게 너무 많은 거예요. 그게 저한테는 충격이었고 스트레스였어요.
'진짜 나의 선이 뭘까'라는 고민을 좀 했을 때, 내가 진짜 깨부숴야 되는, 연기자로서 나의 선은 그냥 저의 편견이었어요. '내가 나로 설 수 없게 만드는 건 나의 생각이구나' '내가 다른 사람의 시선을 너무 많이 생각했고, 사람들한테 나를 맞추려고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들을 해요. 나 자신의 평가, 나 자신의 눈치, 다른 사람을 의식하는 마음 그런 것들을 잘라내면, 연기자 백은혜로 너무 자유로울 것 같아요. 남이 만들어준 건 극복할 수 있더라고요. 평생 갈 고민들이 아니었어요."세상은 분명히 변했지만, 저절로 좋아진 게 아니라 그 뒤에 이토록 싸워온 이들의 목소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작품 속 이태영 변호사가 겪어야 했던 아픔은 비단 이태영 개인만의 문제도, 이제는 완전히 종식된 과거의 유물도 아닐 것이다. 많은 관객이 이 작품에 공감하고, 눈물을 흘리는 것은 아마도 이 지점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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