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재 직필] 방향 잃은 국가교육위원회의 난맥상
국가교육위원회는 문재인 정부의 결단으로 2021년 7월에 법률이 제정되었지만, 출범은 2022년 9월 윤석열 정부에서였다. 이는 역대 정부들이 대통령령에 근거해 운영했던 교육개혁 자문기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초정파적이고 초정권적인 교육정책 기구를 필요로 했던 교육계의 오랜 염원을 담아낸 결과였다.
또한, 국교위는 교육정책 계획 기구로서, 교육부는 집행 기구로서 교육 지배 구조를 이원화한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기존에는 교육부가 교육정책의 계획, 추진, 평가를 독점하고 있어 헌법 제31조 제4항의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었다.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교위가 독임제가 아닌 합의제 기구라는 점이다. 따라서 위원들은 대통령이 지명한 5명, 국회가 추천한 9명, 교원 관련 단체가 추천한 2명, 대교협 및 전문대협이 추천한 2명, 시·도지사협의체가 추천한 1명 그리고 당연직 2명 등 사회 각 계층을 대변하고, 교육 관련 전문성과 지식을 지닌 총 21명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따라서 교육정책의 내용에 따라 두 기관이 경합을 벌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예를 들어,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유보통합, 늘봄학교,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및 글로컬 대학,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도입,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은 교육부가 주도하고 있지만, 이러한 정책들은 교육부보다는 국교위가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어서 2024년 4월과 8월의 국가교육과정 수립·변경에 대한 심의·의결과정도 역시 논란을 일으켰다. 4월에는 교육부가 즐거운 생활에 포함된 초등 1∼2학년 신체활동 교육 영역을 체육 교과로 분리하는 '2022 개정 교육과정 개편안'을 국교위에 심의 요청하였고, 8월에는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기존의 폐지 방침에서 존치로 바꾼 외고와 국제고, 자사고를 위해 교육과정 개편 근거 마련을 요청하였다. 쟁점이 분명하게 부각된 교육부의 안을 또다시 단순히 검토하고, 단 한 번의 표결로 처리한 국교위의 태도는 진정한 교육정책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교위의 주요 문제는 제도적 장치의 실패가 아니라, 그 운영을 주도하는 사람들의 교육철학의 부재와 비전문성, 비정상적인 위원회 운영 방식 등에서 기인한다. 국교위의 핵심 취지는 합의제를 지향한다는 점과 국민의견 수렴·조정 등 숙의과정을 제도로 만든 점이다. 그러나 기본 취지와 달리, 합의의 정신은커녕 교육부의 안을 전문적인 모니터링 과정도 없이 표결로 의결하는 사례가 다수가 있었다. 국민참여위원회가 설치되었으나, 그동안 국민 의견을 수렴한 사례도 전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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