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전담부 재판장 때 사건 절반가량 형량 깎아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균용 새 대법원장 후보자가 성폭력 전담부 재판장으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사건을 심리하면서 전체의 절반에 해당하는 사건의 가해자 형량을 깎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미성년인 여자친구를 강간한 피고인의 형량을 줄이면서 ‘여자친구가 만 18살로 거의 성인’이라는 이유를 들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심리한 사건 수에 비해 감형 사건이 많고, 피해 회복이 쉽지 않아 합의가 있어도 형량을 크게 줄이지 않는 최근 판결 기조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계에서는 이 후보자의 판결에서 가해자·남성 중심적 사고가 일관되게 관찰된다고 비판했다. 6일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이 후보자의 2020년 8월~2021년 2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 판결문 26건을 분석한 결과, 감형한 판결이 13건으로 절반에 해당했다.
하지만 미성년자 자녀와의 합의가 적절한 감형 사유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는 “한집에 사는 아버지가 자녀를 상대로 저지른 성범죄에 대해 엄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확산한 상태”라며 “계속 함께 살아야 하는 딸이 진정으로 원해서 처벌불원서를 써줬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피해자와 합의가 없어도 감형하기도 했다. 특히 헤어진 여자친구가 성관계를 거부하자 폭행 및 강간한 피고인의 형량을 징역 7년에서 5년으로 깎아주면서 “피해자는 만 18살로 성년에 거의 근접했다”는 이유를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21살의 비교적 젊은 청년으로 교화와 개선의 여지가 남아 보인다”고 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 시대적 흐름에 동감하지 못하는 듯하다”며 “한번 침해된 존엄성은 돈으로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합의를 했다고 해서 크게 감형을 해주는 것은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는 옛날 모습”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