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박살 낸 '나쁜 년', 미치도록 부러웠다 미스슬로운 나를키운여자들 총기규제 제시카차스테인 존매든 홍현진 기자
워싱턴 정계 사람들에게 슬로운이 어떤 사람인지 묻는다면 아마 이런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슬로운은 씩 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을 것이다. 그녀는 '좋은 년'이 되는 데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슬로운의 목표는 일을 잘하는 것이다. 워싱턴 최고의 로비스트 슬로운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승리다. 그녀는 이기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뭐든 한다. 치밀한 전략 수립과 실행은 기본이고 비도덕적이거나 위법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함께 일하는 동료도 슬로운에게는 승리를 위한 도구일 뿐이다.
승률 100% 로비스트 슬로운에게 한 가지 원칙이 있다. 자신의 신념에 어긋나는 로비는 하지 않는다는 것. 어느 날 슬로운이 몸담고 있는 대형 로비 회사에 워싱턴 거물 상원의원이자 총기 허용론자인 빌 샌포드가 찾아온다. 샌포드는 슬로운에게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히튼-해리스법' 통과를 막아달라고 의뢰한다. 평소 총기 규제를 찬성하는 입장이었던 슬로운은 갈등한다. 총기 규제가 신념이라는 슬로운에게 사람들은 혹시 아는 사람이 총기 사고로 사망한 거냐고 거듭 묻는다. 그러자 슬로운은 되묻는다. 왜 다들 그렇게 생각하냐고. 개인적인 영향을 받아야만 의견에 힘이 실리게 되는 건 아니라고.
이러한 감정 노동은 여성들에게 더 많이 요구된다. 웃지 않는 여자 아이돌에게 따라다니는 인성 논란을 떠올려 보라. 감정 노동을 안 하는 남자는 과묵하고 숫기 없다는 소리를 듣지만, 감정 노동을 안 하는 여자는 무뚝뚝하고 싸가지 없다는 비난을 받는다. 여성 리더십에는 꼭 '부드러운 리더십', '포용의 리더십'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여성들이 더 감정 노동을 잘하도록 태어난 것도 아닌데 일터에서도 가정에서도 더 많은 감정 노동을 담당하는 것은 늘 여성이다. 피곤하고 지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만들었다. 내가 쓸 수 있는 감정과 에너지는 정해져 있는데 너무 많이 당겨써버린 것이다. 나중에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나이스하지 못한 사람이 되었다. 또다시 애매한 나쁜 년이 됐다. 그런 경험 때문일까. '더 나쁜 년' 슬로운이 미치도록 부러웠다. 물론 슬로운은 그녀 자신도 인정하듯 윤리적 결함을 가진 인물이다. 결과를 위해 과정의 올바름을 고려하지 않고 동료를 배신한 슬로운은 나쁜 년이 맞다. 하지만 슬로운은 적어도 자신의 나쁜 짓을 변명하지 않는다. 좋은 사람처럼 보이려 노력하지 않는다. 나는 슬로운의 솔직함이 결과적으로 나쁜 짓을 해놓고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나도 괴로워'라고 말하는 이들의 자기 연민보다 훨씬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슬로운은 적어도 자신의 그릇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박살'이라고 했다...'문 정권 이권카르텔' 때리기 거세진다전 정부 관련 문제를 공세적으로 이슈화하려는 기류가 강하게 읽힙니다.\r윤석열 문재인 문정부 이권카르텔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만삭 아내 살해 혐의 무죄' 남편, 사망보험금 소송서 또 이겨교통사고를 가장해 만삭인 아내를 살해했다는 의혹을 받은 남편이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또 승소했다. 아내살해 보험금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고유가에 발목 잡힌 바이든, 의회에 유류세 3개월 면제 요구(종합) | 연합뉴스(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김경희 특파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사상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유류 가격과 관련, 의회...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고유가에 발목 잡힌 바이든, 의회에 유류세 3개월 면제 요구(종합2보) | 연합뉴스(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김경희 특파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사상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유류 가격과 관련, 의회...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