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부(특전사) 사령관의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증언은 윤석열 대통령이 ‘12·3 내란’의 ‘수괴’(우두머리) 구실을 했던 정황을 뚜렷이 보여준다. 곽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국회의사당에 부대를 출동시킨 자신에게 직접 전화해 의결정족수와 본회의장 상황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다. 곽 사령관은 이날 12·3 내란사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전 화 통화에서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말을 했다”고 폭로했다. 김경호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의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증언은 윤석열 대통령이 ‘12·3 내란’의 ‘수괴’ 구실을 했던 정황을 뚜렷이 보여준다. 곽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국회의사당에 부대를 출동시킨 자신에게 직접 전화해 의결정족수와 본회의장 상황 등을 언급하며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물리력을 행사해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강제로 막으라고 했다는 얘기다. 명백한 내란 행위다.윤 대통령의 지시와 달리 국회로 출동한 특전사 부대원들은 본회의장 문을 부수고 의원들을 끌어내지 않았다. 취재진과 국회 보좌진, 시민들이 뒤엉킨 국회의사당 안팎 상황을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 등 현장 지휘관들이 전하면서 “안 됩니다. 제한됩니다”라고 보고했기 때문이다. 곽 사령관은 “저도 그 부분이 옳다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현 위치에서 더 이상 안으로 진입하지 말라고 중지시켰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곽 사령관은 국회 진입 당일 윤 대통령으로부터 “707특수임무대가 어디쯤 이동하고 있느냐”고 묻는 전화를 한차례 비화폰으로 받았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곽 사령관은 이날 오전 ‘대통령과 한차례가 아니라 두차례 통화한 게 아니냐’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떨리는 듯 머뭇거리다가 “두차례 통화했다”고 시인했고 오후에 ‘문을 부수고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했다는 윤 대통령의 전화 지시 사실을 공개했다. 곽 사령관의 이 진술로 ‘국회 진입과 본회의 방해’의 최종 명령자는 김용현 국방장관이 아니라 윤 대통령으로 확인됐다.곽 사령관이 계엄 관련 임무를 전달받았다는 시점도 앞당겨졌다. 지금까지 곽 사령관은 자신이 지휘하는 특전사에 임무가 부여된다는 사실을 윤 대통령의 담화가 있기 20분 전쯤 김용현 장관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알았고, 그 상황이 비상계엄이란 사실을 인지한 것은 담화 방송을 통해서였다고 말해왔다.
김용현 전 장관과는 계엄 선포 전부터 “중요시설, 반국가세력 위주의 대화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 민주당이라고 찍어서 이야기는 안 했고 반국가세력에 관련된 이런 부분들은 조금씩 있었다”고 답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계획을 분명하게 얘기한 건 아니었지만, 계엄이 선포되면 자신에게 주어질 임무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사전 언질이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는 계엄 임무를 “머리로 ‘아 정말 되면 이렇게 해야지’라고 구상만 하고 예하 여단장들에게는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미리 알리면 심리적 동요가 일고 외부로 정보가 샐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계엄군의 점령 대상도 알려진 것보다 늘어났다. 서울 국회의사당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3곳, 방송인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꽃’ 외에 여의도 민주당사도 포함됐던 사실이 이날 진술로 확인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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