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이름을 걸고 시국 성명을 내는 일이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다시는 없길 바란다. 아무래도 그런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지난 3월 30일에 나를 포함한 충남대학교 교수 135명은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강제동원 보상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시국 성명을 발표했다. 충남대에서 전임교수로 강의한 지 23년째인데, 내 기억에 이렇게 많은 교수가 특정 사안에 대한 성명에 이름을 밝히면서 참여한 것은 유례가 없다. 그만큼 현재 돌아가는 시국 상황이 엄중하다는 뜻이다. 충남대만이 아니라 국립대, 사립대를 막론하고 많은 대학교수, 연구자가 비슷한 마음을 담은 성명을 내놓고 있다. 정상적인 국가 관계를 통해 신의가 쌓이고 신뢰가 두터워지면 자연스럽게 통일의 길이 열릴 것이다. 통일이 안 되더라도 서로를 무력으로 위협하는 일은 하지 않게 될 것이다. 평화가 깨지면 모든 게 무너진다. 이번 선거에서 누가 이기든 이런 길을 여는 데 이바지하길 바란다. 아니, 최소한 방해자는 되지 않길 바란다. 내가 이번 선거에서 바라는 딱 한 가지다.
▲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묻지 않는 ‘제3자 변제’를 핵심으로 하는 윤석열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발표를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주최로 열렸다. 2023.3.6 ⓒ 권우성내 기억에 적어도 1987년에 현행 헌법이 도입된 뒤로 이런 식으로 최고사법기관의 판결을 행정부가 묵살했던 일은 없었다. 성명에서 이런 행태는"헌법을 위배한 탄핵 사유"라고 강하게 비판한 이유다. 민주공화국에서 대통령은 법을 집행하는 행정부 수반이자 국가원수이지만 그것이 법을 만드는 입법부나 법을 해석하는 사법부를 무시하면서 자의적으로 법을 집행하라는 뜻은 아니다.
이런 발상에는 강제징용 문제를 가치나 원칙은 접어둔 채 단지 돈 문제로만 접근하려는 천박한 시각이 깔려 있다. 성명에서 밝혔듯이"일본 가해 기업의 배상 책임을 명확히 한 대법원 판결은 수십 년간 한국 사회가 강제동원 등을 둘러싼 과거사 문제의 해결을 위해 싸워 얻은" 결실이다. 개인의 문제에서도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우선적으로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의 시각에서 먼저 접근해야 한다는 게 오랜 시간 인류가 쌓아온 인권의 기본적 원칙이다. 이런 원칙은 국가 간 관계에도 적용된다. 셋째, 이번 학기에 나는 '희곡의 이해'라는 학부 과목에서 셰익스피어의 비극 을 다룬다. 특히 현실정치에서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의 관계를 날카롭게 구분하며 근대 정치이론의 토대를 세운 마키아벨리에 기대어 작품을 읽는다. 범박하게 말하면 '사적인 차원'에서 리어왕, 코딜리어, 글로스터 백작처럼 착하고 선한 인물일지라도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위치에 있는 왕과 귀족의 경우에는 자신이 맡은 '공적인 소임'에 무능하여 냉철한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현실의 흐름 속에서 도태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무능한 권력자는 공동체에 심각한 위협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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