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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속 인종차별적 혐오 표현, 정치인의 악용과 사회적 병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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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속 인종차별적 혐오 표현, 정치인의 악용과 사회적 병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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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파라과이의 월드컵 16강전 이후 파라과이 정치인의 음바페 인종차별 발언을 시작으로 이번 대회에서 쏟아진 혐오 표현 사례를 분석한다. 한국 대표팀과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비하 제스처와 멸칭, 독일 정치인의 배제적 언어, 그리고 5·18 역사를 모욕한 청소년 사건과 정치인의 부추김까지, 혐오가 엘리트 계층에서 유포되는 구조와 사회적 해법을 다룬다.

이재국 성균관대 교수에 따르면 프랑스는 이번 월드컵 에서 스페인에게 패해 준결승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세계 랭킹 1위로서의 위엄을 유지했다. 그러나 16강전에서 파라과이는 프랑스를 상대로 경기 내내 팽팽한 승부를 벌이며 투혼을 보여줬다.

킬리안 음바페의 페널티킥 골로 프랑스가 1-0으로 신승했지만 파라과이의 저항은 전 세계 축구 팬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이런 감동적인 순간도 채 가시기도 전에 파라과이의 한 정치인이 SNS를 통해 음바페를 향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쏟아냈다. 셀레스테 아마리야 상원의원은 "모유 대신 코코넛을 빨았고, 살면서 만난 가장 똑똑한 존재가 침팬지였을 것이다", "식민지 출신 카메룬인이 프랑스인 행세를 한다"는 말을 남겼다. 프랑스 축구협회는 고발을 예고했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유엔은 인종차별적 혐오 표현을 정체성을 근거로 특정 집단을 경멸하거나 차별하는 모든 형태의 표현으로 정의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혐오 표현은 음바페 사건만이 아니다. 한국 대표팀과 관람객도 표적이 됐다. 한국·체코전에서는 멕시코 남성이 동양인을 비하하는 '눈 찢기' 제스처를 했고, 한국·멕시코전에서는 홈팀 관중들이 "치노"라는 멸칭을 반복했다.

로이터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 기간에만 8만9000건의 악성 게시물이 적발돼 4년 전 카타르 대회보다 13배 많다고 보도했다. 혐오 표현은 욕설뿐만 아니라 정중한 어조로 포장된 배제의 언어도 포함된다. 2016년 유로 축구대회를 앞두고 독일 극우정당 AfD의 알렉산더 가울란트 부대표는 자국 수비수 제롬 보아텡을 두고 "사람들이 그를 축구선수로는 좋아하지만 이웃으로 두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가나계 혈통인 선수를 실력은 인정하되 진정한 독일인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배제의 언어였다.

담화 분석가 테윤 반 다이크는 인종주의가 대중 사이에서 자생적으로 퍼지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언론인·기업인 같은 엘리트 집단에서 형성돼 아래로 유포된다고 지적한다. 한국에서도 스타벅스코리아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탱크데이"로 활용하는 마케팅을 벌여 논란이 됐다. 얼마 후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은 광주제일고를 상대로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를 응원 구호로 사용했다. 계엄군의 탱크가 시민을 짓밟았던 역사가 고교야구 더그아웃에서 웃음 소재가 된 것이다.

학생들과 교장은 광주일고를 직접 찾아가 사과했고 5·18 민주묘지를 함께 참배했다. 광주일고 측은 사과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러나 학생들의 사과 방문 하루 전 한 야당 국회의원이 배재고에 화환을 보내며 "스타벅스가 5·18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외쳤다. 이는 아마리야 의원이 음바페의 반박에 "당신도 나에게 사과하라"며 적반하장으로 맞선 태도와 겹친다. 정치인이 혐오를 악용할 때 사회는 병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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