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에서 만난 닭과 개, 원숭이... 앙코르와트 너머 또 다른 캄보디아 엿보기
비건 지향인이 된 이후로 여행을 할 때마다 먹거리가 늘 걱정이다. 지난 연말, 동남아로 여행을 떠나며 비건 식당을 따로 알아보진 않았다. 우리 부부는 캄보디아 프놈펜 비행기 티켓과 숙소만 예약했다. 이번 여행은 '앙코르와트'를 충분히 경험하자는 단 한 가지 목표만 가지고 떠났기에, 이외에 구체적인 여행 계획은 없었다. 여행 출발 1주 전이었다. 프놈펜에서 앙코르와트가 있는 시엠립까지 버스로 7시간가량 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천공항에서 프놈펜공항까지 오는데 걸린 6시간보다 더 긴 시간이다. 비행기로는 2시간이면 가는 거리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캄보디아는 인구의 95%가 불교, 불교 문화권 국가다. 당연히 비건 음식점도 많고 채식하기도 편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 세계 채식 음식점을 소개하는 애플리케이션 '해피카우'를 보니 프놈펜에도 채식 음식점이 꽤 있었다. 한국에 비하면 많았지만, 불교 인구 95%를 고려해 보면 많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다행히도 과일이 천지라 과일 주스는 저렴했다. 비건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프놈펜에서 머무를 시간은 많지 않았다. 숙소 건너편 프놈펜왕궁과 전통시장을 둘러보는 것으로 1박 2일간의 짧은 프놈펜 여행을 마쳤다. 프놈펜에서 시엠립으로 가는 버스로 7시간을 달려야만 한다. 책 한 권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시간이다. 책을 읽거나 잠을 자는 시간이 되겠다는 예상 속에서 버스에 올랐다. 프놈펜 시내를 벗어나자 들판이 펼쳐졌다. 건기라 그런지 하늘이 유독맑았다. 가운데 차도를 끼고 양쪽에는 서민들이 사는 집을 관찰할 수 있었다.
늦은 저녁에 시엠립에 도착했지만 시엠립 사람들이 우리를 반겨줬다. 툭툭 기사님들이다. 시엠립을 비롯한 동남아 도시에서는 툭툭이 대중적인 교통수단이다. 일반적으로 여행객들도 시간 단위 혹은 일 단위로 툭툭을 빌려서 여행한다.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앳된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자신을 '리나'라고 소개한 아이는 자기 매점에 와서 조식을 먹으라고 권유했다. 순수한 눈빛이었다. 그냥 앉아서 먹기만 해도 된다고 했지만 우리가 자리에 앉자 곧 메뉴판을 펼쳐 보였다. 숙련된 직원의 손길에 우리는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곧이어 빅사이즈 구수한 향이 나는 아이스커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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