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의 언론 탄압에 맞선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가 우크라이나인을 돕기 위해 자신이 받은 메달을 경매에 내놨다. 이 메달은 경매에서 1300억원이 넘는 고액에 낙찰돼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터전 마련에 쓰이게 됐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드미트리 무라토프가 지난 20일 미국 뉴욕 타임스센터에서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경매에 부쳐진 자신의 메달 옆에 서 있다. 뉴욕 | EPA연합뉴스
AP통신 등은 20일 무라토프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경매에 내놓은 노벨평화상 메달이 1억350만 달러에 낙찰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낙찰가는 과거 노벨상 메달 경매 최고가인 476만 달러의 스무배가 넘는 금액이다. 23캐럿의 노벨상 메달을 녹이면 175ｇ의 금덩어리가 되는데, 이는 시가로 1만달러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경매는 ‘세계 난민의 날’인 이날 미국 뉴욕 헤리티지 옥션을 통해 진행됐다. 무라토프는 인터뷰에서 “이번 경매 행사에 많은 연대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런 큰 금액에 낙찰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헤리티지는 “경매 수익금은 전액 유엔아동기금에 전달돼 전쟁으로 집을 잃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위해 쓰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라토프는 지난해 10월 언론 탄압에 맞선 공로로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탔다. 그는 1993년 4월 1일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서기장의 자금 지원으로 ‘새로운 신문’이라는 뜻을 지닌 독립신문 ‘노바야 가제타’를 창간했다. 노바야 가제타는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의 비리를 폭로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하다가 러시아 당국의 처벌 위협 속에 올해 3월 폐간했다. 무라토프는 지난 3월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연대의 뜻을 밝히며 “노벨상 메달을 경매에 부칠 계획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무라토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고통에 빠진 이들, 긴급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메달을 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이날 경매에 나온 메달을 누가 낙찰받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낙찰자는 대리인을 통해 경매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리티지 측은 “1억350만달러는 1억 스위스 프랑과 같다”고 언급해 낙찰자가 미국 외 거주자일 수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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