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1, 이륙!” 고요하던 로켓 발사장에서 돌연 귀를 찢는 듯한 굉음과 함께 흰 연기가 피어...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이 동체 내부에 실린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한 ‘보이저 2호’의 비행 상상도. NASA 제공고요하던 로켓 발사장에서 돌연 귀를 찢는 듯한 굉음과 함께 흰 연기가 피어오른다. 동시에 꽁무니에서 노란 화염을 뿜으며 아파트 16층 높이에 이르는 길이 48ｍ짜리 타이탄3E 로켓이 솟구친다.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인공 물체는 보이저 2호와 기계적 측면에서 똑같이 만들어진 ‘보이저 1호’다. 이름에 붙은 숫자와 달리 보이저 1호는 기술 문제로 보이저 2호보다 보름가량 늦은 1977년 9월5일 발사됐다.보이저 1호와 2호 동체에는 금색을 띤 지름 30㎝짜리 원형 기록장치인 ‘골든 레코드’가 붙어 있다. 천둥, 바람, 동물 등에서 나오는 자연의 소리는 물론 각국의 인사말 등이 녹음돼 있다. 보이저호는 인류를 외계에 알리는 첨병이다. 하지만 보이저 2호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는 좀 더 절박한 이유가 있었다. 수명 유지다. NASA는 “동체에 달린 추진기 내부에 쌓이는 연료 잔여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했다”고 밝혔다. 보이저 2호에서 추진기는 동체 자세를 바꾼다. 자세를 바꾸는 것은 동체에 달린 고성능 안테나 방향을 지구로 조준하기 위해서다. 안테나를 지구 방향으로 잘 맞춰야 보이저 2호는 관측 자료를 지구로 보내고, 지구에서 날아온 명령을 수신할 수 있다.
잔여물이 쌓이다가 어느 순간 발사관이 막히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이러면 보이저 2호는 자세를 바꿀 수가 없고, 당연히 안테나도 지구 방향으로 조정할 수 없다. 지구와 통신이 끊길 수 있다는 뜻이다. 우주 탐사선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다.NASA는 하이드라진을 한 번 분사할 때마다 원래 필요한 각도보다 1도 더 보이저 2호 동체가 틀어지도록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했다. 하이드라진을 지금까지보다 조금 더 길게 분사하되 분사 횟수 자체는 줄인 것이다. 이러면 전체 잔여물 발생량은 감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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