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강남발 집값 상승 서울 전체로 번질 우려... 토지 매각 없는 공공주택 필요”
윤정헌 기자 yjh@vop.co.kr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44회 서울특별시장기 축구대회 개회식에서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서울시장 선거에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방향이 부동산 정책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주택 1만호 공급과 유엔 AI허브 유치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닭장 아파트촌”, “과밀 베드타운”이라고 맞받았다. 논쟁의 핵심은 용산국제업무지구를 어떤 도시공간으로 만들 것인가다. 정 후보는 용산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 남은 대규모 공공성 높은 개발 부지인 만큼, 첨단산업 거점과 부담 가능한 주거 공급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오 후보는 용산국제업무지구의 본래 목적은 글로벌 업무·상업 중심지 조성이라며, 주택 공급을 과도하게 늘리면 국제업무 기능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 공방은 정부와 서울시 간 이견이 서울시장 선거 국면에서 후보 간 정면 충돌로 확산한 모양새다. 앞서 정부는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당초 서울시가 계획한 6천호보다 4천호 늘어난 1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최대 8천호가 마지노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정원오 “용산, 세계가 찾는 AI 거점으로... 주택 1만호도 가능” 정원오 후보는 지난 8일 용산국제업무지구 현장에서 공약을 발표하며 용산을 서울의 미래 성장축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용산이 KTX와 수도권 철도망이 교차하는 교통의 중심지이자 대한민국의 글로벌 관문이 될 수 있는 입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용산 개발이 장기간 속도를 내지 못했다는 점도 비판했다.
정 후보는 “오세훈식 개발 실패 때문에 용산이 방치되고 있다”는 취지로 공세를 폈고, 정 후보도 오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재임한 기간 동안 용산 개발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가 제시한 핵심 구상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용산을 AI·로보틱스·바이오·K-방산·디지털금융 등 5대 핵심 산업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정 후보는 “용산에서 세계 AI 표준을 정하겠다”는 취지로 강조하며, 정부가 추진 중인 유엔 AI허브 유치와 연계해 용산을 국제적 AI 산업·정책 거점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주요 유엔기구들과 협력의향서를 체결해 유치를 추진 중인 만큼, 정부와 협력해 용산 유치를 현실화하겠다는 설명이다. 다른 하나는 주택 공급 확대다. 정 후보는 용산국제업무지구에 1만호 공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3월 11일 서울 중구 상연재 별관에서 열린 서울시청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참석한 정 후보는 “아파트가 8천 세대냐, 1만 세대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면서 “다만 1만 세대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구조니까, 정부와 협상해서 함께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용산 개발을 민간 매각 중심이 아니라 공공 주도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구상도 내놨다. 구체적으로는 ▲99년 장기 임대 방식과 ▲서울투자공사 등 공공 주도 개발을 언급했다. 이는 용산을 단순히 고가 업무·상업시설과 민간 아파트 중심으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이 토지와 개발 방향을 통제하면서 장기적 도시 경쟁력과 주거 공공성을 함께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정 후보의 이 같은 구상은 서울의 주택난을 외면한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서울 도심 한복판의 대규모 개발 부지를 업무 기능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주거·일자리·상업·공공기능이 함께 들어가는 복합도시로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후보는 용산을 글로벌 산업 거점으로 키우되, 공공이 토지를 보유하고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도시 경쟁력과 주거 공공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오세훈 “1만호 공급은 닭장 아파트 강요... 국제업무지구 기능 훼손”정 후보의 공약 발표가 있었던 8일 오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닭장 아파트를 강요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정 후보의 구상이 “서울을 닭장 아파트촌, 과밀 베드타운으로 전락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후보는 용산이 이름 그대로 국제업무 기능을 중심으로 개발돼야 할 전략 부지인데, 주택 공급을 과도하게 늘리면 업무·상업 중심지라는 정체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봤다. 용산을 글로벌 기업과 국제기구, 첨단산업이 집적하는 업무 중심지로 만들어야 하는데, 1만호 공급을 밀어붙이면 도시계획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 후보는 정 후보의 1만호 공급 구상을 “정부 코드 맞추기”라는 취지로도 비판했다.
오 후보 측은 “정부 코드 맞추기 1만가구를 철회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2만호 명령하면 그것도 맹종하실 것”이냐고 했다. 정 후보가 이재명 정부의 주택 공급 기조에 맞춰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기능을 훼손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오 후보는 또 정 후보의 1만 가구 공급 구상을 ‘시뮬레이션 게임 수준’이라고 비판하며 용산국제업무지구에 공급될 주택의 상한선이 8천호라고 했다. 그는 “당초 국토부와 심혈을 기울여 논의한 최적 주택공급량은 6천호다”라며 “주택공급이 절실한 서울 사정에 맞춰 제가 고뇌한 끝에 협의한 물량이 8천호이며 이 숫자가 마지노선”이라고 주장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이 필요하더라도 국제업무 기능과 기반시설 수용 능력을 감안하면 1만호는 과도하다는 것이다. 그는 “주택이 늘어나면 교통, 학교, 생활SOC, 공원,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부담도 함께 커지는 만큼, 업무지구 안에 무리하게 주거 기능을 집어넣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주택 공급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용산의 핵심 기능은 업무·상업·국제기구 집적이며, 이를 훼손할 정도의 주거 확대는 장기적으로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게 오 시장의 입장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 주택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 기능을 더 적극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지금 서울 주택시장은 비상한 상황”이라며 “국제업무지구보다 더 급한 것은 서울에 부담 가능한 주택을 공급하는 일”이라고 짚었다. 특히 강남권 집값 상승이 서울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최 소장은 “강남은 이미 집값에 불이 난 상황이다.
그리고 그 불이 서울 전체로 번지기 직전”이라며 “강남 아파트값이 평당 3억원 수준까지 올라간 상황에서 다른 서울 아파트들이 가격을 따라가는 ‘키 맞추기’가 시작되면 재앙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 소장은 “인구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최근 상황은 너무 심각하다”면서 “공공이 주택을 공급하려면 결국 공공이 가진 토지에 공급하는 수밖에 없고, 그것도 몇 년이 걸리는 일”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1만호 공급도 부족할 수 있다고 봤다. 최 소장은 “8천호냐 1만호냐를 따질 때가 아니다.
오히려 1만호보다 더 공급해야 한다고 본다”며 “용산 같은 공공성이 큰 땅에서는 최대한 공급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공급 확대가 민간 분양 확대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했다. 공급량을 늘리더라도 그 방식은 공공임대와 공공분양 중심이어야 하며, 특히 부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는 원칙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공공임대와 공공분양 중심이어야 한다”며 “특히 택지를 팔지 않겠다는 원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분양을 하더라도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해야 한다”며 “토지는 매각하지 않고 공공이 계속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