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가장 오독되는 단어다. 역사 수업 도중 좌파와 우파의 개념을 묻는 데엔 프랑스 혁명 당시를 소개하며 유래라도 설명할 수 있지만, 보수라는 단어만큼은 답변하기가 여간 녹록지 않다. 그냥 보수는 우파를 가리키는 말이라며 눙치고 넘어가기 일쑤다. '지금 여당이 보수고, 야당이 진보인 거...
'보수'.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가장 오독되는 단어다. 역사 수업 도중 좌파와 우파의 개념을 묻는 데엔 프랑스 혁명 당시를 소개하며 유래라도 설명할 수 있지만, 보수라는 단어만큼은 답변하기가 여간 녹록지 않다. 그냥 보수는 우파를 가리키는 말이라며 눙치고 넘어가기 일쑤다.아이들 다수의 가장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규정이지만, 교사로서 선뜻 동의하긴 어렵다. 당시의 집권 세력을 무턱대고 보수라고 할 수 없을뿐더러 단어에 내포된 고유의 가치가 희화화할 우려가 커서다. 이는 보수의 대척점에 있는 진보라는 단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동서고금에 두루 적용되는 보수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인식은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시대와 국가, 정치, 경제적 입장에 따라 보수에 대한 개념이 조금씩 다를지언정, 우리가 간과해서 그렇지, 시공간을 넘어 관통하는 보수의 가치가 있다. 바로 '공동체를 위한 멸사봉공의 헌신'이 그것이다.반상의 구별이 엄격한 봉건사회에서도 공동체의 존속을 위해 사회적, 경제적 약자들을 보듬고 국난 때엔 기꺼이 맨 앞에서 불의에 맞서는 이들이 보수라는 이름으로 우러름을 받았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외침에 맞서 의연하게 무기를 들었던 양반 유생 의병장들이 대표적 예다. 그들을 향해 서세동점의 시기 국제 정세의 변화에 어두웠다고 손가락질할 수 없는 이유다.
수업 시간 아이들도 황현, 최익현, 이회영 등의 이름이 거론되면 가슴 뭉클해하며 옷깃을 여민다. 그들에게선 언뜻 고지식해 보일 정도의 올곧음과 대쪽 같은 기개가 느껴진다고 입을 모은다. 대의를 따르고 자신의 소신을 지키기 하나뿐인 목숨마저 초개와 같이 버리는 그들의 절의는, 그들이 지닌 역사관과 세계관에 동의 여부를 떠나 존경받아 마땅하다. 결국 요즘 아이들은 보수에 대한 개념을 인터넷 포털과 유튜브 등을 통해 학습하고, 그게 정답인 줄로 안다.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으니 온갖 자극적인 콘텐츠가 난무하는 유튜브가 교과서 역할을 대신하는 꼴이다. 얼마 전 한 아이의 '명쾌한 보수와 진보 구분법'을 듣고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말문이 막혔는데, 그를 나무랄 수 없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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