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전면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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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전면에 선다
HMM 나무호호르무즈 해협피격사건

한국의 HMM 나무호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격되자 외교부의 역할이 달라졌다. 외교부는 통상 주한 대사의 외교부 내 카운터파트가 아닌 1차관으로 불러들이고, 사고 조사 결과를 공유하기도 했다. 그 동안 외교부가 해양수산부와 협조한 이틀 반복, 변화의 풍경이었다. 외교부의 변화가 사안의 심각성이 높아진 것인지, 아니면 대이란 대응을 고려한 조치인지는 해석이 갈렸다. 사고 조사 결과 발표 이튿날인 11일, 청와대에서 브리핑은 위 실장으로 바뀌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11일 청와대 기자회견장에서 HMM 나무호 관련 기자간담회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태 수습의 바통이 해양수산부에서 외교부로 넘어갔다. 호르무즈 해협 에서 발생한 HMM 나무호 피격 사건 얘기다.

지난 8일 현장에 급파된 해수부 산하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조사관, 소방청 감식관 등의 정부 합동 조사단의 1차 현장 조사 결과를 이틀 뒤인 10일 발표한 곳은 외교부였다. 당초 청와대는 이날 오후 2시 30분경 “1차 현장조사 결과를 받았다. 관계기간 검토 및 평가를 거쳐 답변드리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후 약 3시간 30분 뒤인 오후 6시 경 청와대나 해수부가 아닌 외교부가 돌연 “나무호 조사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겠다”는 언론 공지를 했다.

오후 7시 30분 외교부는 나무호의 폭발 원인을 ‘미상의 비행체에 의한 외부 타격’으로 공식화했다. 조사 자체가 해수부와 외교부 공동 주관으로 이뤄지긴 했지만, 직전까지 선사와 긴밀히 소통해온 해수부가 주도권을 쥐고 외교부는 한발 물러서 있던 것과는 달라진 풍경이었다. 공격의 주체를 특정할 수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외교부가 전면에 선 건 대이란 대응을 염두에 둔 조치로 볼 여지가 크다. 이와 관련, 당일 오후 짧은 시간 동안 청와대가 내부 조율을 거쳐 발표의 마이크를 외교부로 넘겼다는 게 복수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번 사건을 청와대가 더는 단순 선박 사고로 보지 않고, 중동 전쟁 한복판에서 돌출한 외교적 뇌관으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이 10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선박 HMM 나무호 폭발 및 화재 사고의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단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같은 날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를 청사로 불러 사고 조사 결과를 공유했다. 이 역시 청와대의 외교부 브리핑 지시와 맞물려 이뤄졌다.

통상 주한 대사의 외교부 내 카운터파트는 아프리카·중동 국장이다. 그런데 급을 1차관으로 높여 이란 대사를 불러들인 건 그만큼 사안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외교적 신호다. 이와 관련 익명을 원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사실상의 반초치가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고 직후와 비교해도 기류 변화는 한층 뚜렷하다.

사고 이튿날인 5일 청와대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한 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아닌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었다. 김상호 국가위기관리센터장, 이현 해양수산비서관, 최희덕 외교정책비서관, 김정우 국정상황실장 등이 배석했다. 당시 한 소식통은 “청와대가 이 사안을 외교적 위기라기보다 해상 재난 대응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단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엿새 만에 무게중심은 이동했다.

외교부 발표 이튿날인 11일 청와대에서 브리핑에 나선 건 위 실장이었다. 5일 강 실장 회의 뒤에는 청와대가 조사 결과에 따른 “상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날 위 실장은 “판단이 서는 대로 그에 맞는 적절한 수위의 대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보다 정제된 외교적 언어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가 10일 정부서울청사 외교부에 HMM 나무호 호르무즈해협 피격 사건 관련해 초치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안보 라인으로 컨트럴 타워가 이동하며 정부의 대이란 외교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미상의 비행체가 화재 원인이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만큼 비행체로 타격한 주체를 파악하고, 의도성 등 경위를 확인하기 위한 정밀 분석이 이뤄질 계획이다. 정부는 아직은 공격 주체 특정에 신중하다. 이란의 소행으로 최종 결론이 날 경우 치러야 할 외교·안보적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수거한 비행체 잔해와 선박 훼손 부위를 국내로 이송해 정밀 감식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 경우 조사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당초 청와대는 “원인 분석에 수일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최종 결과 발표까지는 수주에서 길게는 한 달 이상 걸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대 관건은 ‘고의성’ 여부를 밝혀내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섣불리 이란을 주체로 확정할 수 없는 단계인 데다, 한국을 의도적으로 타깃한 것인지 아니면 군사 작전 상의 실수나 오판이었던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파악도 중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공격 비행체의 제원 파악과는 별개로 표적이 처음부터 한국이었는지 여부가 정부의 대응 수위를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 될 수 있다. 우선 이란의 소행으로 판명될 경우 정부는 공식 유감을 표명하고,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한편 이를 호르무즈해협에 발이 묶인 국적선 26척의 귀환을 위한 외교 지렛대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지난 3월 호르무즈해협에서 태국 상선이 공격당하자 한 달 뒤 이란 혁명수비대의 또 다른 태국 선박을 무사히 돌려보낸 전례를 참고하겠단 것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원인을 특정해도 이란 정부가 공식 부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면서도 “공격 주체의 책임 회피를 차단할 수 있도록 스모킹 건을 찾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날 박 차관은 쿠제치 대사를 상대로 26척의 안전 확보를 강하게 요구했다. 반면 쿠제치 대사는 “선박 피해는 유감이다. 그러나 이 사건이 오해로 이어져 긴장이 고조되는 건 원치 않는다”는 취지로 이란군 연루설을 재차 부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내부에선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군사적 지원도 한층 적극 검토하는 분위기다. 미국 주도의 해양자유구상 참여 검토가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고, 지난 5일부로 일시 중단된 선박 구출 작전 ‘프리덤 프로젝트’ 재개 시 한국이 합류할 명분도 커질 수 있다. 종전 이후를 전제로 한 영국·프랑스 주도의 다국적 연합군 참여 논의 역시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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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나무호 호르무즈 해협 피격사건 정조준 분석 외교부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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