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북으로 완독한 '토지'가 나를 평사리로 이끄네 토지 섬진강 화순저널 평사리 박경리 김재근 기자
어른은 금방 되었다. 시간이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흐른다. 요즘은 아침 먹고 뒤돌아서면 저녁이다. 어른도 급이 있다면, 완숙의 경지다. 올해도 벌써 절반이 지났다. 난롯가에 앉아 신년 맞이 계획을 세운 게 엊그제인 듯 선한데, 에어컨 아래서 한 해의 절반을 되새기고, 지키지도 못할 계획을 붙들고 있다.수십 년 전에 들었다. 두 부류의 사람이 있댔다. 를 읽은 자와 읽지 않은 자. 대한제국이 수립됐던 1897년 한가위부터 일본이 항복한 1945년 8월까지,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 댁 일점 혈육 서희와 하인 길상의 일생을 담은 대하소설이다.
몇 차례 도전을 하긴 했었다. 제일 많이 나갔던 게 2부 1권 절반쯤이다. 글쓰기 공부를 하면서 다시 토지가 떠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쉽지 않았다. 대신 듣기로 했다. 매달 11900원 주고 '오디오북'에 가입했다. 자다가, 걸으며, 운전하며 짬짬이 들었다. 그렇게 박경리가 26년 걸려 쓴 것을 6개월 만에 끝냈다.대장정을 마치고 나니 공허함이 들었다. 습관처럼 1권을 한 번 더 들었다. 이게 웬걸, 모래알 같았던 내용이 찰지게 뭉쳐졌다. 올 하반기 계획을"다시, 토지"로 정했다. 다시 한번 더 듣기로 했다. 활자로도 완독하고. 한 권을 듣는데 대략 12시간 걸렸다. 읽는데도 그 정도일 것이다. 1부에서 5부까지 마로니에북스 판으로 20권. 하루에 두 시간씩, 게으름만 피우지 않는다면 충분하겠다.마침 지난달 하동 악양면에 다녀왔다. 평사리가 보고 싶었고, 그간 고생한 내게 조그만 선물이라도 주고 싶어서였다.
그렇다고 화사별서를 깎아내리는 것은 아니다. 이곳의 가치는 다른 데 있다. 바로 기와지붕이다. 독보적인 아름다움이다. 여러 차례 다녀왔다. 이 아름다움도 오래가지 못할 듯하다. 기와집도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다. 나무가 썩으면 바꾸고 물이 새면 지붕을 다시 해야 한다. 이 집도 수리할 때가 지났다. 집주인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지금의 모습을 잃어버릴까 염려해다. 이 일을 할 사람을 아직도 찾지 못했다고 한다.토지를 읽으며 악양 들판이, 지리산이, 섬진강이 그리울 때가 있다. 혹시 평사리에 갈 일이 있거든, 화사별서도 들러 보길 권한다. 그곳에 가거든, 지붕을, 기와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멋을 잠깐이라도 맛보았으면 한다.
읽기가 끝나갈 즈음이면 12월도 저물 것이다. 완독 기념으로 평사리에서 정서리까지 다시 거닐 때, 어쩌면 눈이 펑펑 내릴지도. 7월 초입, 장맛비가 오락가락한다. 물난리로 고생하는데 나들이는 사치다. 비 그치면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될 것이고. 이맘때 독서만 한 것도 없을 게다. 토지 첫 권 첫 장을 넘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화순저널"에도 실립니다. 네이버블로그"쿰파니스 맛담멋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이태경의 토지와 자유] 서울 집값은 여전히, 너무 비싸다서울 집값은 여전히, 너무 비싸다(기사 보기)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삼바에피스·셀트리온,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나란히 미국 출시 | 연합뉴스(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가 미국에서 나란히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바...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여야 인사 100여명,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정부가 결사 반대해야”여야 정치권 인사 100여명이 참여하는 ‘후쿠시마 오염수 초당적 국민대책위원회’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머스크 지원한 4억짜리 ‘비행전기차’ 미국 시험비행 첫 승인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지원해 개발한 ‘비행 전기차’가 최초로 미국 당국...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