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의 지속적인 개헌 제안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와 강한 반대로 개헌안 처리가 무산되었으며 여야는 서로의 정치적 저의를 비판하며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대통령-여야 대표 정치적 합의 해야 개헌 가능5월 8일은 어버이날이었습니다. 여권 주요 정치인 세 사람이 이날 제각각 다른 이유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버이날 기념식에서 순직 공무원 부모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준 뒤 축사를 하다가 울었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서울 송파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노상원 수첩 얘기를 하면서 울었습니다.
“국민의힘은 가까스로 만든 개헌 기회를 걷어찼을 뿐만 아니라 공당으로서 국민께 한 약속을 실천하는 책임도 같이 걷어찬 것입니다. 불법 계엄을 반성한다, 반대한다고 한 소리는 다 어디로 간 것입니까. 불법 계엄을 꿈도 못 꾸게 하는 개헌에 필리버스터를 걸면서,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로 무기를 선고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했다는 세간의 의심과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정말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끄럽고 두렵게 여기길 바랍니다.
” 역대 국회의장들이 대부분 그랬듯이 우원식 의장도 개헌에 진심인 사람입니다. 개헌해야 정치를 복원하고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원식 의장은 역대 어느 의장보다도 집요하고 간절하게 개헌을 추진했습니다.2024년 6월5일 국회의장에 선출된 우원식 의장은 2024년 7월17일 제헌절에 ‘2026년 지방선거 개헌 국민투표’를 제의했습니다. 2025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직후인 4월6일에는 대통령 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하자는 내용의 특별 담화를 했지만, 여론의 반대에 부닥쳤습니다. 2025년 제헌절에는 여야 합의가 가능한 것부터 먼저 하고 권력 구조는 그다음에 하자는 ‘단계적·연속적 개헌’을 제안했습니다. 올해 신년사에서 6·3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 첫 단추를 끼우자고 다시 제안했습니다. 3월에는 개헌 국민투표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했습니다.
우원식 의장은 그동안 국민의힘에 국회 개헌특위 구성을 여러 차례 제의했지만 국민의힘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국민투표법 개정 때도 국민의힘은 무제한토론을 했습니다. 이번 개헌안은 첫째 날에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고 둘째 날에는 헌법개정안은 물론이고 다른 50개 법안 모두 무제한토론을 걸었습니다. 만약 우원식 의장이 둘째 날에도 개헌안 투표를 강행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국민의힘 의원들은 투표에 불참했을 것이고 개헌안은 또다시 투표 불성립 상태로 남아 있었을 것입니다. 다른 50개 법안은 어떻게 됐을까요? 무제한토론은 의원 5분의 3 이상 의결로 24시간마다 중단시킬 수 있습니다. 50개 법안을 처리하려면 50일이 걸립니다. 22대 국회 전반기 임기는 5월 29일까지입니다. 5월 30일부터는 국회가 사실상 공백 상태입니다. 결국 국민의힘의 50개 법안 필리버스터 신청은 국회를 마비시키겠다는 협박입니다. 6·3 선거도 무시하자는 생떼입니다.
우원식 의장이 개헌안 투표와 50개 법안 의결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월 8일 국회 본회의 산회 뒤 본회의장 앞에서 개헌 무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맘에 들면 지키고 들지 않으면 어기고 맘에 안 들면 때려 부수는 헌법이 민주당의 장난감이냐. 개헌 의지가 있었냐.
혹시 개헌안을 여야 합의 없이 강행하면서 국민의힘이 반대했다는 기록이 필요했던 것 아니냐. 계엄 옹호 정당이라는 고약한 프레임을 뒤집어씌워서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저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 ”“부마항쟁, 5·18 민주화 운동 등을 헌법 전문 수록에 담는 데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 헌법 전문 내용은 특정 사건에 대한 것이 아니라 통합적 역사 인식 아래 균형 잡혀야 한다.
건국과 관련해 헌법에 넣어야 하고 새마을운동, 근대화 관련해서도 다 헌법에 포함해야 한다. ” 의심이 깊으면 병이 된다고 하더니 딱 그런 모양새입니다. 건국, 새마을운동, 근대화는 왜 넣자는 것일까요? 물타기입니다.
건국, 새마을운동, 근대화는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입니다. 송언석 원내대표의 주장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를 옹호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찬성하는 ‘윤 어게인’ 극우 세력의 주장과 같은 것입니다. 이번 개헌 무산에 대한 이른바 보수 신문의 논조는 크게 엇갈렸습니다. 동아일보는 8일 치 신문에 “국힘 불참에 개헌안 표결 무산…지선 후엔 여야 접점 찾아야”라고 사설을 썼습니다.
중앙일보는 “개헌만큼은 여야 합의로 해야 한다”고 썼습니다. 온건하고 합리적인 평가와 제안입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8일 치 신문에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개헌, 반대하면 ‘내란세력’이라니”, 9일 치 신문에 “‘개헌’ 주장 전에 있는 헌법이나 파괴하지 말아야”라고 연이틀 사설을 썼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을 맹목적으로 반대하는 ‘윤 어게인’ 세력과 똑같은 주장입니다.
조선일보는 박정희 전두환 정권의 특혜를 받아 성장한 언론사입니다. 박정희 독재를 떠올리는 부마항쟁과 전두환 쿠데타를 떠올리는 5·18이 헌법 전문에 들어가는 것을 좋아할 리 없습니다. 개헌이 무산된 데는 이재명 대통령과 우원식 국회의장의 잘못도 있습니다. 개헌하려면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합니다.
국민의힘은 개헌 저지 의석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게 현실입니다. 어떻게든 국민의힘을 설득해서 찬성을 끌어냈어야 합니다. 무척 아쉬운 장면이 있었습니다. 4월7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민생경제 협의체입니다.
국무회의에서 개헌 공고안을 의결한 다음 날이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에게 개헌에 협조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두 사람은 이재명 대통령의 중임·연임 포기 선언이 우선이라며 개헌에 반대했습니다. 현행 헌법 부칙에는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중임·연임 포기 선언을 요구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윤 어게인’ 세력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거나 중임제로 바꿔 대통령을 더 할 것이라는 음모론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답답한 노릇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5월5일 어린이날에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어린이에게 “5년밖에 못한다”고 우스개를 했습니다. 이게 이재명 대통령의 진심일 것입니다.
어쨌든 4월7일 만남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설득에 실패하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그 이후 벌어진 일은 별 효과가 없는 정치적 공방에 불과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여·야·정 협의체에 앞서 사전 조율을 통해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의 다른 요구 사항을 통크게 들어주고 개헌 합의를 끌어냈으면 참 좋았을 것입니다. 두고두고 아쉽습니다.
이제 개헌은 어떻게 될까요? 22대 후반기 국회에서 개헌이 가능할까요? 저는 역시 어렵다고 봅니다. 이번에 개헌이 무산된 근본 원인은 정치 양극화와 상호 불신에서 비롯된 정치의 부재입니다. 여야가 대화하고 타협하지 않으면 개헌은 불가능합니다. 22대 후반기에는 정치가 복원될까요?
아닌 것 같습니다. 당장 후반기 원 구성 협상부터 순탄치 않아 보입니다. 민주당은 국회의장 후보자 선출 투표를 5월13일에 합니다. 그 뒤에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장을 선출할 것입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전에 의장단 선출 본회의를 하자는 입장이고,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이후에 하자는 입장입니다. 민주당에서는 강경론이 득세하고 있습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국회 의장단 단독 선출은 물론이고 상임위원장 독식도 밀어붙일 기세입니다. 박지원, 조정식, 김태년 등 국회의장 후보들은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후반기 국회 개헌특위 구성도 난항이 예상됩니다. 어떻게 해야 개헌할 수 있을까요? 결국 이재명 대통령이 나서야 합니다. 개헌은 고도의 정치적 대화와 타협의 산물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의 권력인 이재명 대통령과 미래의 권력인 민주당 대표, 국민의힘 대표가 합의해야 합니다. 1987년 6월 시민혁명이 일어났지만,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등 현재의 권력과 미래의 권력이 합의했기 때문에 5년 단임 대통령제 개헌이 이뤄졌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의 차기 대선주자들이 합의해야 개헌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개헌은 시기도 중요합니다. 국민의힘이 이번 개헌에 반대한 이유 중 하나는 지방선거와 동시에 국민투표를 하면 불리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투표율이 올라가면 아무래도 국민의힘에 불리합니다. 다행히 내년은 전국 선거가 없습니다.
개헌 국민투표로 인한 선거 득실을 따지지 않아도 됩니다. 2028년에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습니다. 2027년 말부터 총선 국면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 사이에 개헌해야 합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