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법적 정의 확대 및 성범죄 예방을 위한 법·제도 개선에 관한 청원을 상정하고, 이에 대한 검토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부족하며, 현행 법률에서 포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여 해당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다 폭넓게 지원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7년 8월6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열린 시위에서 한 참석자가 ‘여성혐오 범죄 아웃’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여성혐오 살인 공론화’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국회 여가위는 13일 연 전체회의에서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법적 정의 확대 및 성범죄 예방을 위한 법·제도 개선에 관한 청원’을 상정한 뒤 청원심사소위원회에 회부했다. 해당 청원은 지난해 10월 시민 5만156명이 참여해 같은 해 11월5일 여가위에 회부됐다.
당시 청원인은 “여성 대상 범죄 사건들이 ‘묻지마 범죄’로 분류되거나 여성혐오적 동기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처리되고 있는 상황은 여성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여성혐오적 동기가 포함된 범죄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법에 포함하고 이러한 범죄에 대해 가중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성혐오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정책 강화와 피해자 지원·보호 시스템 개선 등도 함께 요구했다.한겨레가 이날 입수한 여가위의 청원 검토 보고서를 보면, 여가위 수석전문위원은 “현재 여성혐오 범죄가 명확한 정의 규정 없이 성매매, 성폭력, 가정폭력 등 개별 범죄유형에 포섭돼 처리되다 보니 이에 대한 연구나 관련 통계 작성 등 정책 기반이 마련되기 어렵고, 개별법에 포섭되지 않은 여성혐오 범죄는 입법 공백으로 피해자 지원·보호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현재 여성에 대한 폭력은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서 정의하고 있는데, 여성에 대한 혐오·증오를 동기로 하는 범죄는 해당 법에 규정되지 않아 범죄 유형에 따른 개별 법률에서 포섭해야 하므로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2023년 경상남도 진주시 편의점에서 발생한 ‘쇼트커트 여성 폭행’ 사건의 범행 동기는 전형적인 여성혐오였으나, 피해자는 범죄 피해자 지원을 받을 때 ‘여성폭력’ 피해자가 아닌 ‘상해’ 피해자로 분류되기도 했다.여가위 보고서는 “청원은 여성혐오적 동기가 포함된 범죄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법에 포함하고 가중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성범죄 예방 및 피해자 지원 시스템을 강화하자는 내용으로,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여 해당 범죄를 예방하고 여성혐오 범죄 피해자를 보다 폭넓게 지원하며 여성혐오적 사회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검토 의견을 더했다.
다만 여가위 보고서는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가중처벌을 ‘특별법’ 형태로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고려할 점이 많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① ‘혐오’의 감정은 주관적이라 입증이 쉽지 않으므로 형벌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는 점 ② 장애인, 성소수자 등 다른 소수집단에 대한 혐오범죄 처벌과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③ 현행법체계에서는 범행동기를 가중처벌이 아니라 양형 조건에서 반영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여성혐오 범죄 예방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제도를 강화할 필요는 있으나, 여성혐오 범죄의 정의 및 가중처벌을 법에 별도로 규정할지 여부는 여성혐오 범죄의 특정 가능성, 다른 집단과의 형평성, 현행 사법체계와의 조화 여부 등을 고려해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또한 “다른 나라 경우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나 평등법을 제정해 혐오범죄를 처벌하고 있는데, 여성혐오 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양형에 고려할 기준을 마련하는 것을 시작으로 궁극적으로는 차별금지법 도입까지 나아가, 다른 소수자 집단에 대한 혐오범죄 또한 방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성혐오 범죄 처벌을 위한 논의가 성소수자, 장애인 등 더 넓은 범위의 소수자 차별을 막을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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