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의 천국, 암스테르담에서 행복을 생각하다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종로는 좁고 오래된 골목이 문화유산 그 자체인 동네다. 4대 궁궐 외에도 세종대왕이 태어난 곳, 송강 정철과 겸재 정선의 생가터, 관청의 옛터, 궁녀들이 빨래를 하던 빨래터, 유관순이 빨래를 했다는 우물터, 윤동주 시인이 하숙을 하던 집이 아무렇지 않게 슥슥 나타나는 이곳을 나는 오래 전부터 좋아했다. 조선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이어지는 역사의 숨결에 북악산과 인왕산, 북한산의 변함없는 호쾌한 기운이 더해지니 그야말로 '취향저격'이다. 그렇기에 드디어 종로주민이 되었을 때의 감회는 남달랐다.
그렇지만 좁은 골목을 터전으로 삼고 있기에 불편함은 어느덧 익숙해졌고, 그것을 감수하는 일은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따뜻해진 날씨에 많은 등산객과 이곳의 문화를 즐기러 온 방문객들, 그리고 주민들과 차량들이 뒤섞여 그야말로 골목이 포화상태였던 어느 주말. 우리도 날씨를 만끽하기 위해 자동차를 타고 외출 중이었다. 창밖을 내다보던 아이가 말했다."그렇지? 네덜란드에서는 사람이 다니는 길, 자전거가 길, 자동차가 다니는 길이 따로 있었잖아. 서울에서는 다 같은 길로 다니지?""음. 서울에는 작고 큰 언덕이 많아서 자전거로 언덕을 오르내리려면 힘이 많이 들어. 네덜란드에서는 어땠지?"여기까지만 말하고서는 조금 생각 후 나머지 답도 같이 얘기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아이는 유치원에서 배웠는지 '쓰레기를 버리면 지구가 아프다'는 말을 종종 하던 터였다.
우리나라에서처럼 자전거 도로를 인도처럼 여겨 보행하다가는 욕을 먹는 것은 둘째치고 일단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인도로 다니고 있는지 단단히 주의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처럼 산책용 혹은 취미용 자전거 타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암스테르담의 자전거는 이동수단으로서의 성격이 강해서 우리나라의 자전거보다 훨씬 목적지향적이다. 자전거를 타는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아이를 앞이나 뒤에 태우고 달리는 자전거, 일행과 대화하며 나란히 달리는 자전거, 한 손 운전은 기본이고 두 손을 놓고 달리는 사람도 심심찮게 있다. 비가 와도 달린다. 한 두 해 단련한 솜씨가 아니다. 분명 소싯적부터 자전거 타기를 생활화한 결과일 것이다. 집집마다 문 앞에 자전거들이 주차되어 있고 도시 곳곳에 자전거가 무더기로 주차되어 있는 광경도 쉽게 볼 수 있다. 운하보트투어의 진행자가 말하길 자전거를 도둑맞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고 한다.그 말을 들으니 나의 첫 자전거가 생각난다. 11살이었고 태어나고 자란 서울을 떠나 아빠의 직장이 위치한 지방의 소도시에 막 이사왔던 참이었다. 이사를 간 집은 가장 높은 층이 5층인 아담한 아파트였다. 우리는 그곳에 약 1년간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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