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해 주시던 묵은지 찜은 그리움의 맛 엄마 묵은지_찜 이숙자 기자
가족과 떨어져 살았던 젊은 날, 봄바람이 산등성이를 넘어설 때면 나는 엄마에게 달려갔었다. 따뜻한 바람은 그리움을 싣고, 엄마가 보고 싶어 지면서 봄빛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마음은 벌써 엄마에게 달려간다. 유난히 사람이 그리운 날이 있다. 나는 그때 가족과 떨어져 직장을 다니면서 혼자서 자취를 할 때였다.묵은지는 하루 쯤 담가 놓아 짠맛을 조금 빼고서야 제대로 맛을 낼 수 있다. 들깨 가루를 넣는 것이 하나의 팁이다. 엄마가 만들어 준 김치찜을 먹으면 기운을 얻고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둥근 밥상에 가족들이 둘러앉아 손으로 김치를 쭈욱 찢어 밥에다 올려놓고 먹는 김치찜은 밥 한 그릇이 뚝딱 비워지는 음식이었다.예전 시골에는 거의 푸성귀가 반찬이었다. 봄 밥상은 봄나물까지 올라와 다른 때 보다 더 풍성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온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리게 해 주는 안전성이 있다고 말한다. 좋아한다는 마음이 얼마나 우리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지 나는 알고 있다.
예전에는 살아가는 일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힘겨웠다. 그러나 그 가운데도 언제나 희망을 품고 더 나은 날을 꿈꾸었다. 나는 한참 민감한 젊은 날, 내 마음대로 살 수 없음이 불만이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많은 나이였으니까.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내 힘든 마음을 풀 곳은 엄마뿐이었다. 나의 감정 배출은 엄마였다. 엄마는 아무리 힘들어도 자식들에게 화내는 걸 본 적이 없다. 언제나 아무 말없이 자식들에게 따듯한 밥 한 끼 먹이려고 부단히 애쓰셨다. 엄마는 그렇게 사는 줄만 알았다. 자식들 위해서 무엇을 하던 그게 엄마 인생인 줄 알았다.
지금은 먹을 것이 넘치는 세상. 우리 형제는 만나면 엄마가 해 주시던 묵은지 찜의 추억을 소환하고 엄마를 그리워 한다. 된장과 멸치만 넣고 오랫동안 푹 끓인 묵은지 찜은 세상에 어떤 음식 보다도 맛있었다. 형제들과 먹던 그 맛의 추억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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