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글 이상권 그림 이단후/궁리/2022년 12월)
사람이 나방의 애벌레하고 같은 방 안에서 지내야 한다면, 얼마나 오래 견딜 수 있을까? 세상에 애벌레를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애벌레가 생김새부터 너무 혐오스럽게 생겼기 때문이다. 가시 같이 돋아난 뾰족한 털, 독이라도 묻어날 것 같은 자극적인 피부색, 뱀처럼 꿈틀대는 몸통 등 뭐 하나 예쁘게 봐 줄 구석이 없다.
대다수 약자들이 그렇듯이, 동물의 세계에서 약자 중 약자로 꼽히는 애벌레도 어쩌면 그 외모 때문에 더 심한 차별을 받으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선입견을 지우고 나면, 애벌레도 달리 보인다. 이 책에서 보는 것처럼, 길을 잃고 헤매는 애벌레들을 데려다가 한집에 살면서 친구처럼 지내는 것도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는 작가가 집안에서 각종 나방의 애벌레들을 키우면서, 그 애벌레들로부터 깊은 위로를 받은 이야기들을 한데 모아 엮은 수필집이다. 작가는 애벌레한테서 위로를 받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애벌레들이 존재하는 방식을 통해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거기에서 얻는 기쁨과 감동을 진솔한 언어로 써 내려간다.
작가가 보기에, 애벌레는 단순한 미물이 아니다. 애벌레는"근원적으로 생태주의자가 될 수 없"는 인간과 달리,"뼛속까지 생태주의자"이다. 애벌레들은 인간들처럼"자기들만 잘살겠다는 욕망을 내세우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묵묵히 자신들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간다. 그 생태주의자들이 작가에게 깊은 위로와 지혜를 선사한다. 사람들에게 애벌레는"흉측하고 징그러운 혐오의 대상"이다. 하지만 그것도" 주관적인 해석"일 뿐이다.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애벌레는 다르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그동안 추한 외모에 눈이 멀어 우리가 잘 보지 못했던 애벌레의 다른 면들을 보게 해준다. 애벌레라는 생명체의 본질을 깨닫게 해준다.
애벌레는 뛰어난 생존본능을 가진 강한 동물이다. 사람들이 애벌레를 미약한 동물로 보는 것도 편견에 가깝다. 애벌레는 경우에 따라 이 세상 어떤 동물보다 강한 면을 가졌다. 인간은 체온이 떨어지면 죽지만, 애벌레는 그렇지 않다. 거세미나방 애벌레는 일종의 불사신이다. 막대기로 내리찍고 돌멩이로 짓눌러도 잘 죽지 않는다. 매미나방 애벌레의 천적은 기생벌이나 기생파리다. 그들이 다가오면 애벌레는"신경질적으로 몸을 흔들면서" 달아난다. 그래도 그들이 계속 달라붙으면,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그냥 밑으로 미련 없이" 몸을 던진다. 그동안 애벌레들이 나무에서 추락하는 걸 일종의 공격으로 여겼던 사람들이 있다면, 이제 그만 오해를 푸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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