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를 보며 오랜 친구가 생각났다. 친구의 결혼 후 뜨문뜨문 연락을 했지만 서로 바빠 통 만나지 못했다. 몇 년 새 우리 동네로 이사 오면서 뜻하지 않은 시간에 자주 마주치게 되었다. 동네 골목, 카페, 지하철역 근처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얻는다. 조용히 ...
를 보며 오랜 친구가 생각났다. 친구의 결혼 후 뜨문뜨문 연락을 했지만 서로 바빠 통 만나지 못했다. 몇 년 새 우리 동네로 이사 오면서 뜻하지 않은 시간에 자주 마주치게 되었다. 동네 골목, 카페, 지하철역 근처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얻는다. 조용히 혼자 하기 좋은 취미도 비슷하지만 함께 해본 적은 없다.
우연히 신간 사인회에서 암 투병 중이라는 마사의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찾아간 잉그리드. 병색이 짙은 친구의 모습이 안쓰럽지만 어제도 만난 사이처럼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두 사람이 공유했던 남자친구 데이미언, 마사의 딸 미쉘, 미쉘의 생부, 전쟁터에서 만났던 동성 수사의 러브스토리 그리고 에드워드 호퍼, 제임스 조이스, 버지니아 울프, 버스터 키튼 등 이제 사라지고 없는 작가까지 소환한다. 둘은 지극히 사적인 소재부터 인생과 지구를 논하는 지적 대화를 이어간다. 선명한 색채를 선보여 아름다운 미장센을 과시하는 특징도 적재적소에 쓰였다. 끝을 향해가는 마사는 파스텔 계통을 써 편안한 어울림을 강조한다. 반면 펄떡이는 생명력을 드러내는 잉그리드는 보색 대비가 선명한 적록색으로 매칭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불편한 주제가 오가는데 오히려 밝고 빛나는 색감이 삶의 아름다움을 강조한다.세상에 태어나는 일은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사라지는 일은 선택할 수 있다. 영화는 죽음을 관통하는 여정을 따라 어느 때보다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죽음이 가까워질수록 살고 싶은 욕망이 커지는데 반해 마사는 놀라울 정도로 의욕을 잃어버린다. 대신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지에만 집중한다. 그래서 떠나는 길이 홀가분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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