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차 평교사가 승진 안 하려는 이유 꺽이지않는마음 초등교사 정혜영 기자
모처럼 한자리에 마주한 막냇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동생이 내게 물었다. 동생은 조금 늦은 결혼과 자녀 출산으로 인생의 이모작을 열심히 꾸려 가는 중이다. 삼남매 중 누이들도 30살이 넘어서 결혼했으니 남자 나이로 그리 늦은 나이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남성 위주의 사회, 문화 속에 성장해 40대를 맞이한 한국 남자이니 생각이 많아지기는 했을 거라 짐작한다. 큰누나 정도의 나이쯤 되면 자신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머릿속에 그려보는 모양이었다.
동생의 회사에서 새로 부임한 사장이 내 나이라고 했나, 한 살 더 적다고 했나. 50이 되기도 전에 한 집단의 '장'이 된 그 사람이 동생 눈에는 최고 유능해 보이는 사람이었나 보다. 그래도 그렇지, 누나 나이를 물으며 직접 비교하는 것은 좀 치사한 일이었다. 그런 동생에게 당황스러웠던가, 뿔이 났던가.지치지 않는 나의 동력동생은 20년이 넘도록 '평'교사로 남아있는 내가 좀 답답해 보였나 보다. 그래도 나이차가 많이나 업어 키우다시피 한 막냇동생에게 내 삶의 역사가 평가절하 되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내가 이렇게 오래 이 자리에 지치지 않고 남아 있을 수 있는 원동력이 뭘까? 생각해 보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힘은, 한 해를 마칠 때쯤 받게 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피드백이다. 올해 우리 반 학부모들은 학부모교원만족도평가 '자유서술식 평가'에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내 기운을 북돋워 주셨다.
굳이 안 써도 되는 서술형 평가 문항란에 이런 따뜻한 마음을 남겨 주시는 학부모님들과"내년에도 선생님과 만나고 싶어요!"라고 해 주는 아이들은 내게 또 다른 한 해를 시작할 수 있게 해 주는 용기의 원동력이다.나는 23년째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다. 학생과 학부모는 그런 내 정체성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다. 이들이 나를 원하지 않는다면 내가 어찌 그 자리에 계속 있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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