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부르는 아비 머리에 사격... 이 기막힌 한을 풀어주소서 의용군 두개골 철공소 부역혐의 충북선 박만순 기자
관이 나왔다고는 하지만 땅속에 30년간 묻혀 있던 관은 썩은 지 이미 오래였고, 관 쪼가리 일부만이 나왔을 뿐이었다. 썩은 나무와 흙을 헤집던 최병묵의 작은 아버지 최광호와 최선호는 동시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불청객의 발걸음은 사창리의 철공소 주인 최씨 집을 향했다. 불청객은 집주인을 부르는 절차를 모두 생략하고 구둣발로 문짝을 차며"최양호 나왓!" 하며 순식간에 집주인을 연행했다. 네 살 소년 최병묵은 울음보를 터뜨렸고, 최양호의 아내 김창순은 넋이 나가 허둥대다 군인의 발목을 잡았다. 그런데 한 사내가 벌떡 일어나"병묵아!"라고 외치며 몸부림을 쳤다. 급소를 피해 총격을 당한 최양호가 자신의 아들 이름을 부른 것이다. 군인은 최양호의 뒤통수를 정조준했다. 최양호의 몸이 붕 뜨더니 땅바닥에 떨어졌다. 남편의 뇌수가 흐르는 모습을 몰래 지켜보는 아내 김창순의 숨은 멎을 것만 같았다.
"성일아. 엄마 잘 모셔라"라며 자리에서 일어난 최양호는 불과 3일 만에 조천변에서 불귀의 객이 됐다. 동생 두 명이 의용군에 갔다는 이유였다. 5형제 중 차남과 삼남이 의용군에 끌려가 최씨 집안이 초상집 분위기였는데, 정작 수복한 군경은 최양호를 빨갱이로 지목했다. 동생들이 의용군에 갔기에 형이 빨갱이라는 단순 논리였다.공주군 탄천지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남동생이 김창순에게 간곡히 권유했다. 김창순은 조치원에 남아 있다가는 '빨갱이 가족'이라는 꼬리표가 평생 따라붙어 다닐 것 같아 동생의 말에 응했다."병묵이 엄마. 긍께 아들만 낳아주면 병묵이 대학교까지 보내주고, 논도 여섯 마지기나 준다니께.""그게 사실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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