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퇴근 후 매주 2회, 손을 풀면서 알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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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퇴근 후 매주 2회, 손을 풀면서 알게 된 것 피아노의이유 피아노를치면서생각한것들 삶의은유로서의피아노 글쓰기의은유로서의피아노 박은정 기자

매주 2회 퇴근 후엔 피아노 학원으로 간다. 복도를 뛰어다니는 초등학생들의 시선을 받으며 연습실의 미닫이 문을 연다. 아이들의 흔적이 여기저기 묻어 있는 오래된 업라이트 피아노에 앉아 악보를 펼치고 손을 푼다. 선생님이 오시면 연습 내용을 확인하고 진도를 나간다. 조금 더 연습한 뒤 그날의 수업을 마치는 일을 2년간 반복하고 있다.

'모차르트 소나타를 친다고 밥이나 떡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난 왜 이걸 못 놓나?' 건반 위에서 손을 움직이는 순간순간,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얼마 전에야 그 의문에 대한 답을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나에게 피아노는 하나의 은유였다는 것을.26년 만에 피아노를 다시 시작하기 두 달 전부터, 그림책을 쓰기 시작했다. 아이 세 살 무렵 그림책에 푹 빠진 날부터 마음속으로 꿈꾸던 일이었다. 감사한 기회를 만나 '언젠가는'이라는 막연함을 그림책 쓸 용기로 바꾸었다. 그렇다고 그림책을 술술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살아가는 일이 마음과 의지만으로 다 잘 풀리지 않듯이.

예전에 무엇을, 얼마나 쳤는지와 무관하게 지금의 나를 직시할 수밖에 없다. 마치 처음인 것처럼 오른손과 왼손을 따로 연습하면서 음들을 확인해 나간다. 점차 꼬이던 손가락들이 올바른 자리를 찾아 건반을 누르게 되고, 박자와 선율을 살리며 연주할 수 있게 되어 간다. 연습을 더 해 나가다 보면 곡에 감정을 실을 수도 있다. 지난한 연습을 반복하는 사이 어느덧 한 곡을 마치게 된다. 거의 모든 주제로 좋은 작품들이 나와 있고 쏟아지고 있는 마당에 또 하나를 보태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 쓰고 싶은 것은 많은데 한정된 시간, 표현할 능력에 대한 안타까움, 재능에 대한 비교로 자괴감이 밀려들 때면 피아노 연습을 떠올렸다.

책상 앞에 앉을 수 없을 때는 글감을 찾거나 진행 중인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매만지고 다듬었다. 귀로 들었던 연주와 연습실 내 연주의 차이를 실감하듯, 실제 글로 옮겨보면 엉성하기 짝이 없어도 틈틈이 고민한 이야기는 개미 손톱만큼이라도 나아졌다.피아노는 입사 14년 만에 처음 맡은 일 앞에서 고전하던 회사 생활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다. '내가 이렇게 일을 못하는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무언가를 통째로 까먹거나 실수를 남발하면서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것이 불과 몇 개월 전이었다. 피아노를 쳐서 임윤찬, 조성진이 되려는 것이 아니라 한 곡을 보다 잘 연주를 하기 위해 피아노 앞에 앉기 때문에 오늘 나의 서투름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게 되고, 남들의 인정이 없어도 작은 성장에 감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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