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링 무비 316]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라우 웨이치는 영화업계 최고의 스타다. 아내와의 불화 등 가정에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대외적으로 비치는 그의 이미지는 완벽에 가깝다. 단 하나, 영화제에서 상을 받지 못한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영화의 처음에서 등장하는 홍콩필름어워즈의 시퀀스 역시 그에 관한 것이다. 그는 이번에도 시골 농부 연기를 했다는 성룡에게 밀려 남우주연상 수상에 실패한다. 심지어 수상자인 성룡은 영화제에 나타나지도 않는데, 웨이치가 무대에 올라 대리 수상을 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만다. 그 상을 마치 자신이 받은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역시 최고의 배우가 맞다는 생각도 든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닝하오 감독이 극 중 감독인 링하오를 직접 연기하고, 유덕화 배우가 극 중 주연 배우인 웨이치를 연기하고 있는 것처럼 작품 속 대부분의 인물이 현장의 스태프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영화에 참여하는 모두가 배우와 스태프 양쪽의 두 가지 역할을 모두 담당했어야 했다. 이 작품이 많은 부분을 현실에 기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특별히 더 실제와 가깝다고 여겨지는 것은 그런 방식으로 작업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자신 또한 평범한 농부 역할로 진지한 모습을 보여 영화제 수상을 할 것이라고 결심한 웨이치가 린하오 감독에게 연락을 하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아직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눈앞에 산적해 있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감독은 요구하는 바가 많고, 해외 영화제 프로그래머와는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며, 가장 중요한 투자마저 원활하게 받지 못하며 제작비마저 충분하지 않다.
그가 시골 마을을 체험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말에서 떨어지는 스턴트 연기를 직접 하겠다는 것도, 실제 돼지를 촬영 현장에 데려와 함께 촬영하겠다고 하는 것 모두에 그런 이유가 있다. 영화제의 심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리얼리티를 중요하게 생각하겠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 이 방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인지는 조금도 알지 못한 채다.영화의 표면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은 한 편의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소동에 가깝지만, 사실 모든 문제의 중심에는 소통의 부재가 존재하고, 영화는 그 지점의 주제 의식을 반복적으로 쌓아 올리고자 한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등장하는 아내와의 갈등 역시 같은 맥락이다. 남편이 업계 스타의 자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결혼 사실도 공개하지 못했고, 이혼 사실도 밝힐 수 없는 웨이치의 아내는 그저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 달라는 모습의 남편 앞에서 어떤 소통도 이루어낼 수 없다.
영화에 필요한 낙마 장면을 동물 학대로 저격당하며 인터넷상에서 악플 세례에 퇴출 운동의 상황에까지 내몰리게 되는 모습 역시 현실에서 크게 벗어나있지 않다. 그는 이 장면이 영화의 리얼리티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며 할리우드의 유명 작품들에서도 매번 등장하는 장면인데 왜 자신만 가지고 그러냐고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한번 퍼지기 시작하는 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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