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스승의 날은 지켜가야 할 이유, 손편지에 담긴 진심에 힘을 얻다
해마다 빠지지 않고 찾아오는 스승의 날, 교사들에겐 그 날이 달갑지 않은 손님과도 같다. 날로 추락하는 교사의 권위와 빈번히 발생하는 교권침해. 게다가 지난해 있었던 교사들의 안타까운 사망소식들. 그 모든 것들이 스승의 날을 없애야 할 애물단지와도 같은 존재로 전락하게 했다.
1교시 종이 울리고, 심호흡과 스트레칭을 하며 아침을 열었다. 오늘은 스승의 날을 맞아 세줄쓰기 발표로 시작했다. 늘 그랬듯이 발표 전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내가 먼저 첫 스타트를 끊었다.고등학교 2학년 시절, 나는 시골에 위치한 한 작은 기숙사 고등학교엘 다녔었다. 아직도 같은 반이었던 아이들 입에 회자되는 잊지못할 아찔한 그 날. 그 날은 고3 수능이 끝난 날이었다. 주변이 온통 논과 밭에 스트레스 풀 곳이라곤 작은 분식점이 전부였던 우리. 곧 고3이 될 것이라는 압박감이 우리의 온몸을 옥죄어왔던 날이었다. 분위기가 다소 무거운 교실에서 오후 자습을 하던 중 느닷없는 회장의 외침.별뜻없이 내뱉은 소리었지만 너도나도 홀린 듯이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고, 우리의 일탈은 그렇게 일사천리로 성사되었다. 차타고 40분 거리의 고기뷔페집. 25명의 반짝이는 눈빛에 힘을 얻은 회장은 고기뷔페에 전화를 걸어 25명 자리를 예약하고, 버스대절까지 부탁하며 우리의 아찔한 계획은 현실로 이루어졌다.
우리는 그 소식을 접해듣곤 교실에서 얼어 붙은 채 초조히 아침 조회시간을 맞이했다. 담임선생님이 들어오시고 교실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잿빛이 되었다. 평소 온화한 모습과는 달리 입을 굳게 다문 채 들어오신 선생님은 우리에게 조용히 눈을 감으라고 하셨다. 우리는 튀어나올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고 마치 사형선고를 앞둔 사람들처럼 선생님의 말을 묵묵히 기다렸다."아무리 고기가 먹고 싶었어도 선생님에겐 말하고 갔어야지, 다치지 않고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다. 하지만 절대 이런 일을 벌여서는 안 된다. 사고나서 다치기라도 하면... 선생님은 상상도 하기 싫다."
나의 말이 끝나자, 아이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정말 따듯하신 분이다', '뭉클하다'는 답변을 내놓는다. 물론 그런 일을 벌여선 안되고 정말 큰 잘못을 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도 주지시켰지만.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96년생 전교조 대변인 “스승에 감사보다 교사 목소리 경청의 날로”[인터뷰] 이기백 전교조 대변인이 말하는 ‘스승의 날’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총각 시절 전세 사기 당했다”…백현우 고백에 홍해인이 한 말마음 먹고 사기치는 사람 변호사보다 똑똑 신간 ‘당신이 속는 이유’…숫자에 쉽게 속아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길에서 만난 어르신들에게 '죽음'을 물었더니[고령화 시대, 웰다잉] "죽음 피하고 싶은 마음 없다, 준비하면 더 걱정될 것 같아"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점선면] [Lite] 🎞️ 테무가 보여준 예고편'값싼' 노동자를 대하는 마음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일본에서 추방될 뻔한 나를 도와준 은사님스승의 날이면 생각나는 일본인 교수님... "저도 멋진 어른이 되겠습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냉정한 '동아'... '조선'과 '중앙'의 영수회담 평가는"한계 뚜렸했다" "기대 부응 못해" 평가... '조선'은 긍정 평가, '중앙'은 민주당 비판 함께 실어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