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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반복되는 창문들... 작가가 쌓아 올린 특별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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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반복되는 창문들... 작가가 쌓아 올린 특별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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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생 자폐 스펙트럼 장애 청년 작가 강호윤의 개인전 '호윤 특별시'가 9일까지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열린다. 언어보다 그림으로 먼저 소통해온 작가는 건물의 색과 창문 배열, 도로의 흐름을 기억해 자신만의 도시를 화면에 쌓아올린다. 붉은 건물과 분홍빛 호텔, 노란 빌딩이 어우러진 작품 속 도시는 실제 공간이 아닌...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복판에 특별한 도시가 들어섰다. 붉은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고, 검은 도로 위로 자동차가 달린다. 수없이 반복되는 창문들 사이로 저마다 이야기가 숨어 있는 듯하다. 현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은 도시.

제25회 서울인사동국제아트페어 특별전으로 마련된 강호윤 개인전 가 오는 9일까지 인사아트프라자 3층에서 열리고 있다. 1999년생인 강호윤 작가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청년 작가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마주하면 먼저 다가오는 것은 장애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이다. 누군가는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고, 누군가는 사건을 기억한다. 그러나 강호윤 작가는 건물의 색과 창문의 배열, 도로를 따라 움직이는 자동차의 흐름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기억을 화면 위에 쌓아 자신만의 도시를 만들어낸다. 전시 제목인 는 작가의 세계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다. 특별시이면서 동시에 시로도 볼 수 있다. 강호윤 작가에게 그림은 단순한 풍경의 기록이 아니다.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생각과 감정, 기억과 상상을 건물과 색채, 도로와 창문으로 써 내려가는 또 하나의 언어다. 건물 하나는 시의 한 구절이 되고, 길게 이어진 도로는 시의 흐름이 되며, 반복되는 창문들은 운율처럼 화면 위를 채운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도시들은 실제 공간이 아니라 작가의 내면에서 태어난 풍경들이다. 전시장 벽면을 따라 이어진 연작들은 하나의 거대한 도시를 형성한다.

과거에 보았던 건물의 인상과 특정 장소에 대한 기억, 그리고 상상 속에서 새롭게 탄생한 공간들이 서로 연결되며 하나의 파노라마를 완성한다. 관람객은 작품을 따라 걷는 동안 작가가 설계한 도시를 여행하게 된다. AD 특히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강호윤 작가 특유의 건축적 감각이 돋보인다. 분홍빛 건물과 강렬한 붉은 호텔, 노란색 빌딩과 검은 도로는 현실 도시의 풍경을 연상시키면서도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건물 외벽을 가득 채운 창문들은 일정한 리듬을 형성하며 반복된다. 화면 속 건물들은 실제 비례와 구조를 따르지 않는다. 작가의 기억 속에서 중요하게 남은 부분들은 확대되고, 덜 중요했던 요소들은 과감히 생략된다. 그래서 작품 속 건물은 현실보다 더 단순하지만, 오히려 더 선명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강호윤 작가의 그림에는 강렬한 원색이 자주 등장한다. 붉은색과 분홍색, 노란색은 단순한 색채가 아니라 기억의 온도를 보여주는 장치처럼 느껴진다. 실제 도시에서는 보기 어려운 색의 조합이지만 화면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독특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작가는 원작의 특정 부분에 오래 머물며 자신에게 인상 깊게 남은 장면을 다시 그려낸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건물은 실제 모습보다 더 아름다워지고, 공간은 더욱 상징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기억과 연상이 그의 작업을 움직이는 중요한 동력인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작품 속 창문들이다. 수없이 많은 창문이 등장하지만, 작가는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어떤 창문은 비어 있고, 어떤 창문은 최소한의 흔적만 남아 있다. 대신 관람객들이 자신의 경험과 기억으로 그 빈 공간을 채워 넣도록 남겨둔다. 그래서 누군가는 작품 속에서 어린 시절 살던 동네를 떠올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여행지에서 만났던 건물의 기억을 발견한다. 강호윤 작가의 도시는 개인의 상상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관람객 각자의 기억과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작품 앞에 오래 머물수록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이야기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단순한 건물 그림처럼 보였던 화면은 어느새 기억과 감정이 켜켜이 쌓인 하나의 서사로 읽히기 시작한다. 누군가에게 도시는 건물과 도로가 모여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강 작가에게 도시는 기억이고 상상이며, 자신이 세상과 나누는 대화다.

이번 전시 는 관람객들에게 묻고 있는 듯 했다. 우리는 과연 같은 도시를 보고 있는가. 강호윤 작가가 건축한 특별한 도시를 걷다 보면, 익숙했던 세상이 조금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도시의 풍경 속에서 한 청년 작가가 그림으로 써 내려간 한 편의 시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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