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옆자리 중년의 차장님이 대뜸 이렇게 말한다면. 당신의 머릿속엔 어떤 생각이 스칠까요. 이직도, 휴직도 아닌 전직? 18년 차에? 그게 가능한가?! 그러다 이렇게 결론 내릴 겁니다. ‘그냥 하는 소리겠지.’ 일도 삶도 팍팍하니 괜히 입 밖으로 내어보는 푸념이라고 말입니다. 18년 차 차장의 전직 선언, 이 사람의 실화입니다. 그때까지 그에게 직
김희경 작가가 15년 동안 거친 직업은 4개다. 일간지 기자에서 아동 인권 활동가로, 여가부 차관에서 논픽션 작가로 세 번의 커리어 환승을 거쳤다. 그를 지난 8일 자택에서 만났다. 이한호 기자어느 날, 옆자리 중년의 차장님이 대뜸 이렇게 말한다면. 당신의 머릿속엔 어떤 생각이 스칠까요. 이직도, 휴직도 아닌 전직? 18년 차에? 그게 가능한가?! 그러다 이렇게 결론 내릴 겁니다. ‘그냥 하는 소리겠지.’ 일도 삶도 팍팍하니 괜히 입 밖으로 내어보는 푸념이라고 말입니다.그때까지 그에게 직장은 딱 하나였어요. 그런데 그 선언 이후 달라졌죠. 실행에 성공했고, 그 이후 네 개의 직업을 거쳤습니다. 기자에서 아동 인권 활동가로, 대통령의 선택을 받은 베스트셀러 작가에서 고위공직자로.
“그 시절 신문사엔 ‘여자 몫’이 거의 없었어요. 여자 여럿에게 딱 한 자리만 주고 서로 싸우게 만들었죠. 어느 순간 나를 돌아보니 살아남겠답시고 남자 흉내를 내고 있더라고요. 회식 자리에서 ‘폭탄주’를 안 마시고 버티는 여자 후배가 있으면 무섭게 몰아붙여 끝내 눈물을 터뜨리게 했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자괴감이 들었어요. 그렇게 나 자신을 혐오하게 됐죠. 적성에 맞는 일이었지만 기자를 하는 내내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힘들었던 이유는 그런 문화나 관행 때문이었어요.”‘짐짓 거칠게 굴며 센 척을 하는 나’와 그 이면에 ‘겁 많고 소심한 나’가 공존했죠. 그렇게 분열된 자아로 살았으니 고통스럽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그 괴리가 점점 벌어져 더는 견딜 수 없었을 때 희경씨는 스스로에게 물었대요.그 고민의 기로에 섰을 때, 결정의 방아쇠를 당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친구처럼 각별했던 두 살 터울의 남동생이 어느 날 갑자기 뇌출혈로 세상을 떠난 것이죠.
그 말에 혹했죠. 기자로 일하며 큰 무력감을 느꼈었거든요. ‘문장에 대체 무슨 힘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활동가가 되어 처음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 보니 그제야 알겠더라고요. 난 관찰자이자 참여자일 때 가장 나다울 수 있다는 걸요.”‘행동하는 희경씨’는 거침이 없었습니다. ‘일가족 동반 자살’ 사건 보도가 쏟아져 나왔을 땐 아침마다 전화기를 붙들고 일간지 사회부에 전화를 돌렸어요.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사건에 ‘동반 자살’이라는 용어를 쓰지 말아 달라는 항의였죠. 쓰는 일도 계속했습니다. 수많은 논평과 성명서가 그의 손에서 세상에 퍼져나갔습니다. 기자가 쓰는 기사와는 다른 생명력을 느꼈죠.
세상을 겨냥해 보내는 메시지였지만 ‘나에게만 의미 있는 책이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더 컸다.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책이 많이 팔리길 바라는 건 염치없다고 여겼다.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줄은 몰랐다. 기회의 다리가 되어 여성가족부의 차관이 될 줄도. 이 책은 희경씨에게 ‘여성가족부 차관으로서의 길’을 열어주기도 했습니다. 언론인으로서의 경력을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로 일하기 시작했던 무렵, 책에서 지적한 사안을 다루는 여성가족부에서 그에게 ‘러브콜’을 보낸 겁니다.커리어 1막과 2막을 거치며 쌓아 올린 커리어의 밑천이 3막을 자연스럽게 열어준 순간이었습니다.
공직에 있으면서 좌절하긴 했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원하는 세상이 모습이 100이라면, 가능성은 10, 현실화될 수 있는 범위는 1이구나. 값진 깨달음을 얻었죠. 반 발짝의 변화조차 끈질긴 씨름을 통해서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뭔가를 바꿀 생각이 있다면 길고 꾸준하고 질겨야 한다는 것을요.”변화란 것이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다가도 순식간에 온다는 것을 체감한 덕분입니다.을 개정했어요. 2019년에 터진 ‘N번방 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됐죠. 제 임기 중에 처리한 일들 중 가장 뿌듯하고 잘한 일이에요. 지금 보면 상식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현장의 관련 단체들은 무려 10년을 싸워왔어요. 내내 설득에 실패하고 번번이 미끄러지다가 ‘N번방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끌게 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된 거예요. 그 모든 과정에 함께하면서 비로소 믿게 됐죠. 더디게라도 세상은 바뀐다는 걸요.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국내 첫 자율주행차는 ‘31년 전’ 고대 운동장서 30㎞대 운행[한겨레S] 이관수의 인공지능 열전 _ 자율주행 자동차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15년 동안 해고자로 살 줄 누가 알았겠어요?'[신나는 인생 2막 네 번째 이야기] 이음나눔유니온 한용문 조합원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12월말 시작되는 4월 총선 샅바싸움…한동훈 앞세운 윤석열·이재명 3차전될까2024년 가장 큰 정치적 이벤트는 4월 총선이다. 2026년 지방선거가 있지만 총선 이후에는 곧바로...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어느날 차에 샤넬백 숨긴 아내…요양원 원장과 밀회 대가였다그보다 2015년 간통죄 폐지 후 불륜 현장을 급습하는 수사기관의 업무가 흥신소로 넘어가면서 불륜 조사의 전성기가 열렸음은 분명하다. 11월 13일 서울 동작구에서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하는 남성 한모(38)씨가 흥신소를 찾게 된 계기도 변호사의 소개 때문이었다. 불륜 사건에선 의뢰인의 선수금을 챙긴 뒤 배우자의 불륜 사실을 포착해 배우자한테도 입막음 비용을 요구하는 식이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단독] 재벌家 동네에 짓다만 집터…구청은 “허가” 법원은 “무효” [법조인싸]북악산 자연공원 인근 50년 개발행위 불허 성북구청, 2017년 건축허가내주며 소송전 대법원, 올해 6월 건축허가 처분 무효 확정 토지 소유주 특혜·감사원 감사 방해 의혹도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가짜 농사 이야기' 읽어주셨던 독자님들, 감사합니다부모님과 농사 지으며 깨달은 것들... 노동의 빈 틈을 글로 메울 수는 없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